손보사 예상손해율, 커지는 논란… 1%p만 낮춰도 단기 실적 쑥 는다

입력 2025-05-19 02:06
게티이미지뱅크

보험사마다 제각각인 ‘장기(예상)손해율’을 두고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보험사가 미래 손해율인 예상손해율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해 보험계약마진(CSM)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상손해율을 1% 포인트만 낮춰 잡아도 CSM이 최소 수천억원 늘어날 수 있다.

18일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손보사들의 현재(실적)손해율과 예상손해율 가정 간 편차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90% 안팎에 분포됐던 실적(실제)손해율과 달리 예상손해율 추정에서 큰 차이가 났다.

예상손해율을 가장 보수적으로 추정한 곳은 KB손해보험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실제손해율 88%, 예상손해율 103%로 예실차(예상손해율-실적손해율)가 15% 포인트나 됐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의 예실차도 14% 포인트로 높았다. 이어 한화손해보험(9% 포인트), 삼성화재(8% 포인트), DB손해보험(7% 포인트)이 뒤를 이었다. 현대해상은 주요 손보사 중 유일하게 예상손해율(99%)을 실제손해율(102%)보다 낙관적으로 추정했다.


보험사 손해율이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가운데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실적손해율은 현재의 손해율이고, 예상손해율은 향후 100년간 들어올 보험료 대비 지급될 보험금 비율을 추정한 수치다. 예상손해율이 낮을수록 지급되는 보험금이 적다는 뜻으로 그만큼 CSM은 늘어나게 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예상손해율 가정을 1% 포인트 낮췄을 때 CSM은 보험사별로 4400억원에서 최대 9500억원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예상손해율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할 경우 미래에 보험금 지급 증가 등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 14일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 간 실적손해율은 유사한데 예상손해율 추세는 완전히 반대인 경우가 확인된다”며 “(일부 보험사가) 이런 비합리적 추정을 통해 이익은 당기에 실현하고 손실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감독원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일정 부분 공감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일부 보험사가 단기성과를 위해 장기 안정성 훼손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논의를 통해 필요한 보완조치가 준비되면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 부채를 보수적으로 추정해 예실차(예상손해율-실적손해율)를 크게 인식하는 게 옳은 지에 대한 반론도 있다. 변인철 삼성생명 계리팀장(상무)은 지난 16일 “예실차를 ‘0’에 가깝게 추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예실차를 크게 인식하는 건 새 회계제도(IFRS17) 사상(원칙)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제각각인 예상 손해율 가정에 대해서도 “회사의 상품 포트폴리오나 보유 계약 구조 등에 따라 그래프가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회사별로 형태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