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함 부각 이재명, 보수전사 변신 김문수, 참신함 어필 이준석

입력 2025-05-18 18:5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9년 전 성남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 때부터 ‘무능’과 ‘부패’를 저격하며 유능과 청렴을 강조해 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민주화운동 및 노동운동 이력을 기반으로 ‘투사’ 이미지를 내세우다가 2010년을 기점으로 ‘보수 전사’로서의 면모도 강조하기 시작했다. 20대에 정치 무대에 데뷔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선거 공보물에 웹툰이나 손편지 형식을 사용하는 등 차별화를 꾀했다.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역대 선거 공보물을 살펴보면 주요 대선 후보들의 정치 여정과 선거 전략, 정치 행보 변천사 등이 엿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처음 출마할 당시 ‘무능 부패로 잃어버린 4년’을 선거 벽보에 크게 내걸었다. 그는 낙선 2년 뒤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을 때는 ‘젊은 인권 변호사, 깨끗한 정치’를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배고픈 소년공이 검정고시를 거쳐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판·검사가 아닌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은 개인사를 부각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 후보는 유능한 행정가로서의 면모도 강조했다. 성남시장 재선에 도전한 2014년 선거 벽보에는 ‘일 잘했습니다’ ‘약속 지켰습니다’ 같은 성과 강조 문구에 힘을 줬다. 2018년 경기지사 도전 때도 ‘검증된 이재명, 경기도에서 증명하겠습니다’며 8년간의 성남시정 성과를 앞세웠다.

이 후보는 2010년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될 때 ‘획기적인 복지정책’을 약속하며 공보물에 ‘복지’를 강조했다. 당시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이 전국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었다. 2014년 공보물에서는 ‘무상 시리즈’가 본격 등장했다. 이 후보는 ‘중·고등학생 전원 무상교복 지원’ ‘초등학교 학습준비물 전면 무상지원’ ‘산후조리 무상 책임’ 등을 복지 공약으로 제시했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도 핵심 공약으로 ‘성남 3대 무상복지 경기도 확대’를 강조했다.

다만 2022년 대선 때부터는 ‘무상 시리즈’가 자취를 감췄다. 이번 대선 공보물에도 ‘무상’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기본이 보장되는 기본사회 구축’ ‘기본이 튼튼한 복지 강국’ 등의 표현이 담겼다.


김문수 후보는 정치 신인 시절 민주화운동 이력을 비중 있게 다뤘다. 지역구 첫 도전인 1996년 15대 총선 선거 벽보에는 민주화운동을 하다 서울대를 25년 만에 졸업한 사연이 빼곡히 적혀 있다. ‘노동자 출신’의 낮은 자세도 강조했다.

김 후보가 보수 전사로 거듭난 건 2010년 무렵이다. 당시 김 후보는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하며 공보물에 민주화·노동운동 이력을 삭제했다. 대신 “태극기만 보면 눈물이 난다” “안보 위기 대한민국의 구원투수” 등의 보수 색채를 앞세웠다. 2018년 공보물에는 “사회주의에 대한 적대감으로 몸부림치던 그는 자유시장주의자가 됐다”는 문구를 넣었다.

이번 대선의 경우는 ‘자유’보다 ‘복지’를 앞선에 배치하는 등 보수적 색채를 많이 지운 모습이다. “언제나 낮은 곳에서 가장 힘든 이웃의 마음에서 출발했다”며 정치 신인 시절 강조했던 노동운동 이력도 다시 전진 배치했다.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선거 때마다 참신한 변화를 시도했다. 2018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도전 때는 선거 공보물 내용 전체를 컬러 만화로 제작했다. 2020년과 이번 대선 선거 공보물에는 QR코드를 첨부해 공약을 유튜브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젊음’을 강조하며 기성 정치와의 차별화를 시각적으로도 시도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총선 때의 ‘손편지’ 유세 홍보물도 관심을 끌었다. 이 후보는 “내일을 준비하는 동탄이 당신을 빼놓지 않도록 동탄 주민들께 올리는 글”이라며 공보물 전체를 손글씨와 손 그림 스타일로 제작했다. 그가 직접 쓴 자필 편지 형식의 해당 공보물은 온·오프라인에서 “진정성 있고 참신한 홍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도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영국의 토니 블레어, 미국의 버락 오바마처럼 젊은 리더십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젊은 정치인’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판 이강민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