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45주년을 하루 앞두고 광주를 찾아 “5월을 생각하면 늘 아픈 추억이 떠오른다”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공식 선거운동 이후 처음으로 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의 민주화운동 이력을 부각하며 호남 민심에 손을 내민 것이다. 김 후보는 다만 18일 열린 공식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17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것으로 호남 일정을 시작했다. 짙은 회색 정장과 검은색 넥타이를 맨 김 후보는 ‘오월 광주 피로 쓴 민주주의’라고 방명록에 적은 뒤 5·18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이었던 박관현 열사와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 묘를 각각 참배했다. 박 열사는 1982년 50일간 단식투쟁을 하다 숨졌고, 김 후보는 이로부터 5년 뒤 박 열사가 숨진 광주교도소 독방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김 후보는 광주교도소 터를 찾아 박 열사와의 인연을 설명하며 “생전에 (박 열사를) 뵌 적은 없지만 광주에 오면 매년 박 열사 묘소에 참배한다. 아직 살아계신 박 열사의 누님이 동생을 생각하며 계속 우는데”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80년 5월은 우리 역사에서 다시는 없어야 될 힘들고 아픈 역사”라며 “그 아픔을 딛고 오늘날 대한민국이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5월의 정신은 남을 꼭 미워하거나 공격하는 수단이 아니다”며 뼈 있는 말도 남겼다. 김 후보의 5·18민주묘지 참배에 앞서 광주전남촛불행동 인사들이 김 후보 참배 반대 시위를 벌인 것을 말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후보는 ‘호남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호남 지원 공약도 냈다. 그는 중앙선대위 현장 회의에서 “제 아내는 전남 순천 사람”이라며 “처가에 올 때마다 광주·전남에서 저를 알면서도 아무도 인사도, 악수도 안 하는 냉랭한 분위기를 잘 안다. 광주·전남 민심이 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 전주와 새만금을 찾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지원과 새만금 개발을 약속했다.
한편 김 후보는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에 대해 “자영업자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직격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과거 경기지사 시절 계곡에서 불법 영업하는 상인들을 설득한 일화를 소개하며 “커피 한 잔 팔면 8000원에서 1만원 받을 수 있는데 원가가 내가 알아보니까 120원이더라”고 발언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