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투자 전략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상품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운용사가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분배금’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1세대 상품의 약점을 보완한 2세대 커버드콜 상품이 속속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지도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배금 수요에 순 자산 ‘쑥’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장 커버드콜 시장 규모가 지난해부터 급격히 커지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커버드콜 ETF 순 자산 총액 규모는 연초 기준 2024년 7748억원에서 2025년 6조7201억원으로 767.33% 급증했다. 지난 14일 기준으로는 9조896억원까지 늘어 지난해 연말 대비 35.26% 증가했다.
커버드콜이란 기초자산을 사들이는 동시에 콜옵션(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해 상승과 하락 폭을 제한하는 투자 전략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옵션을 매도해 얻는 프리미엄(옵션 매수자가 매도자에게 내는 돈)으로 손실 일부를 만회할 수 있다. 반대로 기초자산 가격이 오를 경우에는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 기회를 포기하는 대가로 콜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을 먼저 받는 것이어서 상승 여력을 일부 포기하게 되는 특징이 있다. 커버드콜 ETF는 이 전략을 이용해 발생한 수익으로 투자자에게 분배금을 지급한다.
커버드콜 ETF 시장의 이같은 성장세는 은퇴 이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고 싶은 투자자들이 많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들에게 따르면 1964~1974년에 태어난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커버드콜 ETF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美 증시 급락에 국내 상품 호성적
연초 이후 지난 14일 기준 우수한 성과를 낸 커버드콜 상품을 살펴보면 KB자산운용의 ‘RISE 200고배당커버드콜ATM’이 15.68% 수익률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고배당지수 종목 매수와 코스피200 콜옵션 매도로 꾸준한 인컴 수익과 옵션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고배당주의 배당 수익과 옵션 프리미엄을 월 분배 재원으로 활용한다.
2위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금융고배당TOP10타겟위클리커버드콜’ ETF로 12.93%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배당커버드콜액티브’(12.85%) ‘TIGER 200커버드콜OTM’(12.58%) ‘TIGER 200커버드콜’(10.06%) 등이 뒤를 이었다.
수익률 상위 다섯 종목에 모두 국내 커버드콜 상품이 이름을 올린 것은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미국 증시가 급락한 탓이다.
주요국 증시 대비 코스피가 올해 양호한 성적을 거두면서 연초 이후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도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이 차지했다. 순 자산 총액은 4180억원이다. 올해에만 2717억원이 유입됐다.
이대환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최근 미국과 교역국의 관세 협상이 진전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에 대한 관세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커버드콜 ETF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특히 국내 커버드콜 ETF의 경우 옵션 프리미엄 수익이 비과세여서 금융소득종합과세에도 포함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승 제한” 약점 보완한 2세대도
커버드콜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상품 종류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특히 초기 커버드콜 상품들이 상승장에서 수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손실 방어 효과와 더불어 상승분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위클리(주 단위), 데일리(일 단위) 타겟 커버드콜 상품이 대표적이다. 만기가 짧은 옵션일수록 옵션 프리미엄이 높은 대신 방어 효과가 낮다. 반대로 만기가 긴 옵션의 경우 옵션 프리미엄은 낮은 대신 하락을 방어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타겟데일리커버드콜’ ETF의 경우 옵션 매도 비중을 10% 수준으로 관리함으로써 상승 리스크를 관리한다. 이러한 전략은 기존의 옵션 매도 비중이 높은 커버드콜 ETF 대비 시장 상승을 더 많이 반영하므로 시장이 급반등하는 경우 직전의 급락 손실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에 따르면 지난달 커버드콜 상품별 성과를 분석해보면 변동성이 높은 구간에서는 타겟데일리커버드콜 전략이 유효했다. 옵션을 적게 팔면 주가 상승 효과가 하방을 보호하는 효과보다 커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는 구간에서 수익이 더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처럼 추세적인 상승 또는 하락이 펼쳐지지 않는 시장에서는 개인의 대응이 어려워 액티브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한국 주식시장은 비교적 짧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지수의 국면이 급격하게 바뀌므로 상황에 따라 최적의 커버드콜 전략을 선택해 운용하는 액티브 ETF가 용이하다는 평가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