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탈퇴자가 교회 문 두드린다는 건 큰 결심… 함께 울어주길”

입력 2025-05-20 03:07
사회적 고립감이 심각한 시대, 서로 돌보는 일은 한국교회를 향한 시대적 요청이다. 국민일보는 '서로돌봄'을 주제로 한 연중 기획 1부 '돌봄은 삶'에서 이웃을 돌봄으로써 사랑받는 교회, 돌봄을 받던 이가 돌보는 자가 된 사례 등을 조명했다. 2부는 돌봄의 대상으로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을 돌보거나 다양한 돌봄의 방법을 찾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조믿음 바른미디어 대표. 바른미디어 제공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사이비로 규정한 단체에 몸담았다 빠져나온 탈퇴자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 상당수는 왜곡된 주변 시선 때문에 과거를 숨긴 채 상처를 품고 살아간다. 이러한 탈퇴자들이 다시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선 이들을 위한 교리 교육은 물론 그 마음을 보듬는 일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2017년 설립된 이단·사이비 전문 단체 바른미디어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종교 집단의 현실을 알리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과 함께 탈퇴자들의 회복을 위한 일에도 공을 들이는 이유이다.

JMS 탈퇴자 도움 요청에 응답 ‘돌봄’

이소은(가명·46)씨는 20대 초반 기독교복음선교회(JMS)에 처음 발을 디뎠다. 그곳에서 18년 동안 신앙생활을 했다. 총재 정명석과 편지도 주고받으며 그를 유일한 메시아로 믿었다. 그런데 성범죄로 구속됐던 정명석이 2018년 출소한 후 만난 자리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그는 최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편지론 눈치채지 못했는데 실제로 보니 말과 행동이 달랐다”며 “성범죄도 처음엔 사실이 아니라 믿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믿는 게 진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심한 내적 갈등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고민은 1년 넘게 이어졌다. 이씨는 “내가 탈퇴하면 우리 가족이 구원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컸다”며 “용기를 내서 탈퇴자들이 모인 카페에 들어가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바른미디어와 연결이 됐다”고 했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피해자가 2022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 하는 모습. 국민일보DB

그와 다른 탈퇴자들은 바른미디어 대표인 조믿음 목사와 성경 공부를 시작했다. 자신이 진리라고 생각한 믿음에 스스로 균열을 내는 시간은 고통이었다. 탈퇴자 일부는 JMS의 가르침이 논리적으로 반박되는 상황에 충격을 받고 성경 공부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조 목사는 탈퇴자들을 다독이며 성경 일부를 끌어다 입맛대로 해석한 JMS의 허상을 함께 반증해 나갔다.

바른미디어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이씨가 외부 기관에서 심리 치료도 받도록 연계해 줬다. 이 덕분에 이씨는 현재 정통교회에 출석하고 직장을 다니는 등 일상을 회복했다.

“돌이켜보니 제 20~30대가 송두리째 삭제됐더라고요. 누구도 탓할 수 없단 생각에 탈퇴 후 3년은 불면증에 시달렸고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심리 상담을 받고 나서야 더 이상 후회하지 말고 앞만 보고 살자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사이비 탈퇴한 이들의 절박함 돕고파”

조 대표가 지난해 광주 한 수양관에서 성도들에게 이단의 해악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바른미디어 제공

이단·사이비 탈퇴자를 위한 사역은 꼭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이단·사이비 논리를 반증할 전문성이 필요한 데다 특성상 드러내놓고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역의 연속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바른미디어는 이단의 마수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이들의 절박함을 외면할 수 없기에 그들에게 올바른 성경을 알리고 삶을 돌보는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콘텐츠 편집을 맡은 직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조 목사 혼자 감당하고 있다.

그는 “이단·사이비에 빠졌던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절박하게 정보를 찾는데 아무도 돕지 않으면 얼마나 절망할까 싶었다”며 “그들이 언제든지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이런 곳도 있다’는 것을 꾸준히 알리려 한다”고 했다.

조 목사는 이단·사이비 종류에 따라 탈퇴자를 대하는 접근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JMS 탈퇴자는 최소 10년 이상 열정적으로 모든 봉사와 활동에 참여했던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 보니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나님을 섬겼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는 원망의 마음이 있죠.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탈퇴자는 비유 풀이와 성경해석에 진저리가 나서 모든 종교가 사기라고 생각하고 성경을 보기도 싫어하는 경우가 있고요. 이렇듯 이단·사이비들이 가르쳤던 교리가 어떤 식이었는지를 살피고, 그에 맞춰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올바른 진리를 알려주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교회, 탈퇴자 맞이할 준비 해야

이단·사이비의 실체는 주기적으로 세상에 드러난다. 세월호 참사(구원파), 코로나 팬데믹(신천지),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방송(JMS) 여파 등 대규모 탈퇴자가 발생하는 계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단 탈퇴자들을 한국교회가 잘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는 의문이라고 조 목사는 우려했다. 그는 “한 탈퇴자에게 교회를 소개했는데 담임목사가 그의 과거를 꼬치꼬치 캐물어서 탈퇴자가 상처를 받은 적도 있었다”며 “그런 이유로 이단·사이비에 있었다는 것을 밝히지 않고 교회에 다니는 탈퇴자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8년 동안 바른미디어의 문을 두드린 이단·사이비 피해자와 탈퇴자는 1000명이 넘는다. 조 목사는 한국교회가 상담이나 취업 상담 등을 통해 탈퇴자들의 일상생활 복귀를 지원하고 돌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단·사이비에 한 번 데였던 사람들은 다시 종교를 갖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 탈퇴자가 교회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큰 결심입니다. 교회가 그들과 함께 울어주는 마음으로 탈퇴자를 봐주길 소망합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