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이 3조원 가까이 불었다. 지난해 급증했던 가계대출은 올해 금융 당국과 은행권의 관리 강화로 잠잠해지는 모양새였으나 다시 증가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 이자 부담이 줄어든 데다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이 다가오면서 막차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45조9827억원으로 4월 말 743조848억원에서 2조8979억원 늘어났다. 지난달 한 달간 4조5337억원 증가했는데 현재 추세라면 이달 총 증가 규모가 지난달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8월 9조6259원 늘어나며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후 금융 당국과 은행이 가계대출을 조이며 지난 1월 4762억원 감소하는 등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지난 3월 1조7992억원 늘어난 이후 지난 4월 4조5447억원으로 증가 폭이 늘어나는 추세다.
항목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은 591조1678억원으로 지난달 말(589조4300억원)보다 1조7378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102조4931억원으로 103조5870억원으로 1조939억원 늘었다.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하자 신용대출을 끌어다 주식을 사는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원인은 금리 하락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월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며 대출 이자 부담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지난 16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금융채 1년·신용 1등급)는 3.57∼4.57%로 하단 금리 기준 2021년 10월 말(3.47∼4.47%) 이후 약 3년 7개월간 가장 낮다.
여기에 지난 2월 서울 토지거래허가제 해제와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까지 겹치며 대출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규제가 시행되면 수도권의 경우 은행권 및 2금융권의 주담대와 신용대출, 기타대출 금리에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 100%(하한)인 1.5%를 더해 DSR을 산출,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토허제 해제로 늘어난 주택 거래에 대한 대출이 아직 가계대출 수치에 다 반영되지 않았다”며 “통상 거래 후 2~3개월 뒤 실제 대출이 실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다음 달까지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