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엑스붐 휴대용 스피커는 주변 환경을 ‘읽는’ 오디오다. 사용자가 버튼을 누르면 인공지능(AI)이 벽과 가구로부터 반사되는 음향 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사운드로 조정한다.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이 오디오 기기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제조사가 설계한 음향을 사용자가 수동으로 조정해야 했다면, 이제는 AI 오디오가 실시간으로 청취자의 습관과 주변 환경을 학습해 맞춤형 콘텐츠와 개선된 음질을 제공한다. 최적의 사운드 구현을 위해 스피커의 자체 기능뿐만 아니라 외부 기기와의 연결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나온다.
엑스붐 모델 3종(스테이지301·바운스·그랩)은 공간 분석 기능에 더해 콘텐츠 종류를 실시간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음성 중심 콘텐츠는 대사와 내레이션을 강조해 전달력을 높이고, 강한 비트와 저음이 도드라지는 음악은 베이스음을 강조한다.
삼성전자 오디오 자회사 하만 역시 AI 기능을 적극 도입 중이다. 하만은 지난 3월 출시한 휴대용 스피커 JBL 플립7과 차지6에 ‘AI 사운드 부스트’ 기능을 탑재했다. 이 기능은 음악 출력을 높일 때 실시간으로 오디오를 분석해 왜곡을 최소화한다. 하만은 미래 전략으로 자사와 삼성전자의 다양한 전자기기를 하나의 ‘오케스트레이션(조율) AI’로 연결하는 방식 역시 검토하고 있다.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기기들을 통합하면 콘텐츠 추천부터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외부 소음 차단)까지 다양한 기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평상시에 JBL 헤드폰과 스피커를 연결해 두면 스피커가 감지한 외부 소음을 헤드폰에 전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헤드폰에 외부 소음을 상쇄할 시간을 벌어주면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강화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페리컬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홈 오디오 시장은 2021년 253억2000만 달러(약 36조원)에서 2030년 820억7000만 달러(약 117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기업들은 성장하는 시장에서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려운 배터리 용량이나 무선 전송 기술 외에 AI와 결합한 스피커 기술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하만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아민 프로머스버거는 최근 “이제 과제는 문맥을 이해하고 여러 기기와 연결해 작동하는 AI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18일 “AI가 소리를 감지하고 해석하는 수준이 높아지며 오디오는 점점 ‘듣는 기계’를 넘어 ‘이해하는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