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은 “‘솔로몬의 재판’에 나온 어머니의 마음”이라며 17일 오전 국민의힘 당적을 반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으로 대선 전열 정비를 위한 전기가 마련됐다고 자평하지만 관계 단절을 둘러싼 당내 시각은 또다시 복잡하게 갈라져 있다. 윤 전 대통령 탈당이 전통적 지지층의 실망을 부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가 하면, 김문수 후보가 ‘계엄 반대’를 넘어 ‘탄핵 반대’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TV토론회가 임박한 시점에도 이른바 절연 문제가 줄곧 당내 갈등 요인이 되는 것을 보고 17일 탈당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1호 당원’인 자신의 탈당이 김 후보 대선에 미칠 수 있는 유불리부터 확인해야 결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여전히 탄핵에 반감을 갖는 전통적 지지층도 감안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한 지인은 “결국 탄핵은 역사의 평가에 맡기면서 대선을 목전에 두고 진행된 내부 분란에 스스로 실타래를 풀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며 “‘솔로몬의 재판에 나와 있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당적 보유가 문제 된다면 내가 기꺼이 탈당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솔로몬의 재판’은 두 여인이 서로 한 아이의 생모임을 주장하자 솔로몬이 ‘아이를 칼로 나눠 반씩 갖게 하라’고 판결한 사건이다. 생모는 아이를 나누지 말라며 포기했고, 그 때문에 생모임을 인정받았다.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막기 위해 본인이 가진 당적을 포기했다고 밝혔다는 얘기다.
윤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최근 김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했던 석동현 변호사도 시민사회특별위원장직을 내려놓았다. 석 변호사는 본인이 남으면 ‘친윤 색채’ 논란이 계속되고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의미는 퇴색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 변호사는 “지금 보수 진영의 마음이 각기 분열돼 있다”며 “김 후보의 장점을 더욱 알릴 수 있도록 의원, 당직자, 유력 인사들이 모두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이 ‘반전 모멘텀’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기저에는 오히려 실망감을 드러내는 지지층도 있다.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한) 어제도, 오늘도 계속 탈당하겠다는 분들의 문자(메시지)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지인은 “실은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인데 내부에서조차 극단적인 이들로 치부됐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탈당에서 더 나아가 확실한 노선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김 후보를 향해 ‘탄핵 반대에 대한 당의 입장 선회’를 요구한 상태다. 김 후보는 계엄에 따른 민생 피해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탄핵 인용 판단은 ‘공산국가’라고 비난했었다.
이경원 성윤수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