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흥행의 한 축을 맡아온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 한국콜마그룹에서 경영권을 두고 오너 일가 남매간 갈등이 표면화됐다. 창업주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의 장남 윤상현 부회장이 동생 윤여원 대표가 이끄는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에 칼을 빼든 모양새다. 윤 부회장이 높은 지분율을 앞세워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 콜마그룹을 창업한 윤 회장은 아들에게 화장품(한국콜마)과 의약품(HK이노엔) 사업을, 딸에게 건강기능식품(콜마비앤에이치) 사업을 맡겼다. 하지만 건기식 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윤 부회장이 사업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윤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에 본인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인 윤 사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두고 이달 초 소송전이 빚어졌다.
업계에선 윤 부회장이 이 전 부사장을 콜마비앤에이치 대표로 내세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최대주주는 콜마홀딩스로 지분율은 44.63%에 달한다. 콜마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윤 부회장(31.75%)이다. 윤 대표의 콜마비앤에이치 지분은 7.78%로 열세에 놓여있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18일 “이번 사안은 최대주주의 권한과 책임을 이행하는 정당한 절차”라며 “흔들림 없이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을 쇄신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콜마홀딩스 부회장에 선임 된 윤 부회장이 화장품·의약품·건기식 등 다양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윤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과 주가가 5년간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을 근거로 경영진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콜마비앤에이치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영업이익이 후퇴했다. 2020년 1092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46억원으로 77.5%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62.5% 감소한 36억원이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주가는 2020년 7만원대를 넘겼지만 지난 16일 종가 기준 1만3700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남매간 갈등이 격화하자 윤 회장은 지난 15일 그룹 창립 35주년 기념식에서 “화장품·제약 부문은 윤 부회장이, 건강기능식품 부문은 윤 대표가 맡기로 한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며 현 체제 유지를 위한 중재에 나섰다. 이에 콜마홀딩스는 즉각 “혈연이 아닌 주주 가치 제고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분 구조상 윤 대표의 입지가 좁은 상태라 이미 결론이 정해진 싸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콜마비앤에이치 관계자는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과거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경영 역량을 문제 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사내이사 교체 요구는 기업의 가치 상승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