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 중국 견제와 대만 지원 등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시사하는 발언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국무부에서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마이클 디솜버 동아태차관보 후보자가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에 대만 지원을 장려해야(encourage) 한다”고 밝힌 데 이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미 의회 등에 따르면 디솜버 후보자는 지난 15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만과의 협력 관계 강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동맹국들에 대만 지원을 장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대만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며 그들은 우리의 훌륭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디솜버의 발언은 한국과 일본 등 인도·태평양 동맹국과 현지 주둔 미군이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디솜버는 청문회에 사전 제출한 성명에서도 “동맹국, 파트너,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미국의 힘과 안보를 증진시키고 적국들의 악의적인 활동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같은 날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AUSA) 태평양지상군 심포지엄에서 “주한미군은 북한을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우리는 더 큰 인도·태평양 전략의 작은 부분으로서 역내 작전, 활동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해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이나 고정된 항공모함”이라며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키 위해서라도 한국에 지상군을 계속 주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책사’로 알려진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의 지론이기도 하다. 대중국 강경파인 콜비 차관은 중국을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보고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트럼프 1기 국방부에서 인도·태평양 차관보를 지낸 랜들 슈라이버 인도태평양안보연구소(IIPS) 의장도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국방 전략은 한·미동맹이 (북한을 상대로) 오늘 밤에 싸울 태세를 갖출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더 광범위한 경쟁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한반도에 주둔한 미군의 유연성 확대 같은 것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