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국제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수준에서 한 계단 강등했다. 미국의 나랏빚에 경고음이 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디스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장기발행자등급(신용등급)을 가장 높은 ‘Aaa’에서 ‘Aa1’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며 “등급 전망은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모두 미국 신용등급의 최고 지위를 박탈했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1년, 피치는 2023년에 각각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단계인 ‘AAA’에서 ‘AA+’로 내렸다.
무디스도 2023년 11월 미국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무디스는 이번 보고서에서 “연방 부채가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재정 적자로 급증했다”며 “적자와 부채가 늘어나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 지급도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재정 지출에서 이자를 포함한 의무적 지출 비중이 지난해 73%에서 2035년에는 78%로 늘어나 예산의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무디스의 전망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이미 2013년에 100%를 넘어섰고 지난해 123%까지 도달했다. 연방 부채 누적액은 지난 15일까지 약 36조2200억 달러(약 5경원)로 집계됐다.
미국은 2001년부터 매년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는 사회보장제도와 이자 지급에 투입되는 비용이 급증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전후인 2019~2021년에는 정부 지출이 50%나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와 부채 한도 상향을 시도해 재정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 9일 의회에 “부채 한도를 상향하거나 유예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가 이르면 8월부터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월가에선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재정적 위기를 가시화한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 투자사 스튜어드파트너스의 에릭 베일리 전무이사는 블룸버그통신에 “이것은 경고 신호이며 자산운용사들이 차익 실현을 시작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7일 “기술적 관점에서 무디스의 이번 결정이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적을 것”이라며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내렸던 2011년에도 뉴욕증시가 빠르게 회복됐다”고 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