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부는 지난 1일 저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 철폐를 향한 2회째 각료 협의를 워싱턴에서 진행했다. 일본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추가 관세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상호 관세 추가분만 협의하자면서 자동차 등의 관세는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협의 대상에서부터 인식차가 큰 것이다.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시작한 뒤 천문학적 고관세는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단순한 교섭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있다. 상대국이 충분히 양보하면 관세는 인하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관세를 타국에 의한 불공정 행위를 상쇄하고 무역적자를 삭감해 감세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아름다운 수단’이라는 전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따라서 관세의 일부는 교섭의 카드로 이용될 수 있지만, 다수는 무기한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자동차를 관세 협상 대상에서 제외한 진정한 이유는 아무리 교섭해도 일본으로의 자동차 수출을 대폭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빅3는 이미 일본인이 사는 차를 만들지 않는다. 실제로 이들은 일본으로의 수출에 진지하게 임한 적이 없다. 트럼프가 24%의 관세를 무기한으로 유지하려는 배경에는 이런 사정이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판매된 자동차의 32%는 경차다. 이는 미국에서 말하는 ‘서브 콤팩트카’보다 작다. 21%는 소형차로 ‘콤팩트카’ 또는 ‘서브 콤팩트카’에 해당한다. 나머지 47%가 중형 세단이나 크로스오버 이상이다. 디트로이트의 빅3 중 중형 세단(캠리 사이즈) 이하 소형차를 제조하는 곳은 없다. 일본의 비소형 차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9%에 이르지만, 디트로이트 빅3의 점유율은 매우 낮다. 일본에 출시되는 미국차의 90% 가까이는 지프인데, 지난해 지프는 9721대 팔려 수입차의 2.9%에 불과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약 5만3000대, 폭스바겐은 약 2만6000대 판매됐다.
한편 일본에서 팔리는 표준차와 콤팩트카의 거의 절반은 하이브리드차로 이 분야에서 디트로이트의 경쟁력은 거의 없다. 확실히 일본에는 수입차에 대한 시장의 장벽이 존재한다. 그러나 왜 미국 브랜드가 유럽 것보다 훨씬 불리한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되지 않는다.
일본 자동차수입조합 데이터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 독일차에 비해 미국차는 1만대 정도로 부진하다. 2016년 포드가 일본 시장에서 철수했다. GM 산하 캐딜락과 쉐보레, 스텔란티스 산하 지프 등 미국 디트로이트 빅3의 판매 대수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트럼프는 일본이 미국차에 불공평한 장벽을 만든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차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일본의 소비자 기호와 시장 환경에 깊이 관련돼 있다.
미국차 판매 부진 요인으로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가격이다. 일본에서 미국차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 연비도 큰 요인이다. 일본에서는 연비 좋은 차가 선호돼 하이브리드차나 경차가 인기다. 이에 비해 배기량이 큰 엔진을 탑재한 미국차는 연비가 나쁘고 유지비도 높다. 일본의 도로 사정도 영향을 준다. 일본 도시는 도로가 좁고 주차장도 한정돼 대형 SUV나 픽업트럭 등의 미국차는 실용적이지 않다.
딜러망도 과제다.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일본에 광범위한 딜러망을 구축해 구매부터 유지·보수까지 충실히 지원하지만 미국차는 정규 딜러가 적고 지역도 한정적이다. 따라서 수리나 부품 공급이 염려돼 구매를 망설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홍보 부족도 저조함으로 이어진다. 유럽차는 TV·SNS 광고를 적극 활용하는 것에 비해 미국차는 광고에 소극적이다. 양국의 협상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우리와 유사한 상황이라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전 명예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