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대표, ‘빅2’와 첫 만남… 한·미 조선업 동맹 가속도

입력 2025-05-16 19:20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16일 제주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과 그리어 대표는 한·미 조선산업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아래쪽 사진은 같은 날 오후에 그리어 대표와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가 만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HD현대·한화오션 제공

한국을 방문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국내 조선업계 양강으로 평가받는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의 최고경영진과 전격 회동했다. 한국과 미국의 전략적 조선업 협력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조선 동맹’이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진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16일 제주에서 그리어 USTR 대표와 공식 회담을 가졌다. 그리어 대표는 전날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국했다. 국내 조선업체 인사와 USTR 대표의 첫 만남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HD현대중공업과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글스의 사례를 거론하며 한·미 조선산업의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공동 기술개발, 선박 건조 협력, 기술인력 양성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국 내 중국산 항만 크레인의 독점적 공급 문제와 관련해 HD현대 계열사인 HD현대삼호의 크레인 제조 역량을 소개하며 공급망 확대를 위한 협력 강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에 그리어 대표는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를 만났다. 특수선 기술과 관련해 한국에서 최고 역량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두 업체를 잇달아 만난 것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내 조선 생산기반 확대와 기술 이전 방향을 중심으로 공급망 안정, 산업경쟁력 강화 전략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번 만남이 이례적이라고 본다. 미국 정부 측에서 주도적으로 해외 민간기업에 회동 의사를 타진한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한·미 조선업계 협력이 한층 더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상선이나 비전투함 유지·보수·운영(MRO)에 머물러 있는 두 나라의 조선업 협력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과의 전폭적 협력을 약속하면서 한·미 관세 협상에 ‘유용한 카드’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관세 인하 또는 폐지를 끌어내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조선·해양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조선산업 인프라를 재건하려는 미국은 한국을 최적의 파트너로 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리어 대표와 만남을 마친 뒤에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에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검증된 기술과 스마트 생산체계를 기반으로 미국 현지에서도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