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텐트’ 먼저 치는 이재명

입력 2025-05-16 19:26 수정 2025-05-16 19:28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6일 전북 익산시 익산역 동부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무소속 김상욱 의원과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뒤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무소속 의원이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손잡고 유세 차량에 올랐다. 이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가짜 보수정당에서 진짜 보수로 활동하려다 쫓겨난 김 의원을 환영해 달라”고 요청했고, 김 의원은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전북 익산 유세에서 “국민의힘이 보수 정당으로 불렸는데, 실제로는 보수가 아니라 ‘수구’ ‘반동’ 이해관계집단에 불과했다”며 “요즘 보니 ‘우린 원래 수구야’라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진압을 주도한 혐의가 있는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려다 취소한 점을 언급하며 “너무 황당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비상식은 비상식으로 밀어내고, 상식의 영역 안에서 진짜 합리적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는 정상적 정치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익산역 광장에서 미리 도착해 민주당 의원들과 유세를 지켜보던 김 의원을 단상으로 불러 악수하고 포옹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는) 참된 보수주의자이자 참된 진보주의자”라며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 대통령(후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김 의원이 민주당에 오셔서 합리적 보수의 가치를 잘 주장하고 실현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 후보는 김 의원이 자신을 지지하자 전화로 민주당 입당을 제안했었다.

이 후보가 김 의원을 품은 건 국민의힘을 ‘내란·수구 프레임’에 가두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민주당이 중도 보수 인사까지 품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 정체성 영역을 넓히고, 옛 여권의 ‘반명 빅텐트’ 동력을 떨어뜨리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민주당은 대선 국면 내내 합리적 보수 진영을 겨냥한 공개적 구애를 지속해 왔다. 강훈식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계엄과 내란 극복을 위해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그 원칙과 노선을 견지하는 어떤 분이라도 함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동환 기자, 익산·전주=송태화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