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는 김밥집이 늘고 있다. 김 당근 시금치 등 핵심 재료 가격 급등과 인건비 상승이 수익성을 악화시킨 데다 장기화한 고물가에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손님이 줄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 김밥 제품들이 나날이 완성도를 높이는 점도 김밥집을 찾던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했다. 김밥 프랜차이즈들의 실적은 일제히 부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밥 프랜차이즈 김가네의 지난해 매출액은 375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줄었다. 영업이익은 2억6500만원 적자를 기록하며 전년도 흑자에서 적자 전환됐다. ‘고봉민김밥인’ 운영사인 케이비앰의 지난해 매출은 3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 감소했으며 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바르다김선생’ 역시 매출이 1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줄었지만, 1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비교적 선방했다. 다만 이는 광고비와 판매관리비를 줄인 데 따른 방어적 수익이라는 분석이다.
김밥 프랜차이즈 본사의 실적 부진은 가맹점 수 감소와 맞물려 있다. 김밥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에 브랜드를 공유하고 노하우와 일부 재료를 제공하는 대가로 차액가맹금을 받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김밥집 수는 2021년에 4만8898개에서 2022년 4만6639개, 2023년 4만6211개로 매년 감소 추세다.
김밥의 핵심 재료인 김값도 천정부지로 솟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김값은 1년 전보다 25.5% 상승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는 올 한 해 김밥용 김 평균 도매가격이 1속(100장)당 1만338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0.2% 하락하기는 했지만 김값 폭등 이전인 2023년 평균(5877원)과 비교하면 1.7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김 이외의 재료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당근의 경우 최근 가격이 하락했지만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분기 94.70에서 4분기 161.40으로 70% 이상 급등했다. 이상기후로 폭염이 이어지면서 작황이 부진한 영향이다.
인건비 상승도 치명타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고, 김밥을 직접 말 수 있는 숙련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김밥을 자동으로 말거나 써는 김밥 시트기·절단기를 찾는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밥시트기와 절단기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인건비가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기계를 마련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고 조언했다.
원재료와 인건비 부담은 곧바로 김밥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지만, 이는 오히려 소비자를 편의점으로 돌리는 결과를 낳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김밥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4년간 32.63% 오르며 외식 물가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의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623원으로, 지난해 4월보다 261원(7.76%) 올랐다. 2022년 8월 3000원대로 오른 김밥 가격은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각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기본 김밥은 3000∼4000원대지만 참치·치즈·고추·멸치 등 재료를 추가하면 5000원을 훌쩍 넘는다.
반면 편의점 김밥 가격은 절반 수준인 2000원대로 가격 경쟁력이 높다. GS25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평균 30~40%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유명 김밥 맛집과 협업한 메뉴 출시, 삼각김밥의 1000원 이하 가격 전략 등으로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김밥집은 맞은편 분식점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전국 유통망을 지닌 편의점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라며 “김밥집 운영은 갈수록 수익 구조가 악화하고 있지만 가격을 무작정 올릴 수도 없어 김밥집 운영 환경은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