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측 통상 수장인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과 비공개 회담을 진행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지속돼온 양국 간 조선 협력 논의가 한층 구체화할 전망이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그리어 대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가 열리는 제주에서 16일 국내 조선업계와 면담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에서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그리어 대표와의 만남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오션에서는 김희철 대표가 참석하기로 했다.
이번 만남은 미국 측 요청에 따라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자국의 조선업 재건을 위한 파트너로 한국 조선업계를 지목하고 협력 요청을 지속해 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회동에선 함정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 등 특수선뿐 아니라 상선 부문까지 포함한 전방위적 협력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두 업체는 미국이 요구하는 기술력과 특수선 분야 역량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3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의 MRO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12월에는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HD현대중공업도 지난 4월 미국 최대 군함 건조 기업인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첨단 조선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협력 확대에 나섰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이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와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그리어 대표와 조선업계의 면담은 한·미 양국 통상 당국 간 고위급 회담과도 맞물려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 측 대표로 참석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그리어 대표와 이날 오후 양자 회담을 했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장성길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이 USTR 측과 업무 협의를 했다.
양국은 16일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그리어 대표가 양자 회담을 하고 그간 관세 협상을 중간 점검한다. 정 본부장은 이날 제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리어가 한국에 있는 동안 최대한 협의를 질서 있게 해보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통상장관회의는 보호무역주의의 귀환을 맞아 다자무역체제의 앞날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한국이 2005년 이후 20년 만에 의장국 역할을 맡은 이번 회의에서는 21개 회원국 통상 수장들이 모여 다자무역체제를 통한 연결 등을 주제로 논의한다.
다만 미국발 ‘관세전쟁’이 한창이다보니 참가국들의 관심은 본 회의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간 양자 면담에 쏠리는 분위기다. 한국은 전날인 14일부터 이날까지 미국 외에 중국·멕시코·베트남 등 9개 경제체와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미국과 중국도 지난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합의를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다시 후속 회담을 했다.
백재연 기자, 서귀포=이의재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