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연속 건설 경기, 금융위기 때만큼 심각

입력 2025-05-16 00:15

현재 국내 건설경기 침체 수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만큼 나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1%대 저성장 시대, 고금리, 높은 공사비 탓에 금융위기 때보다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한 최근 건설경기 진단과 대응 방안’에서 최근 3년(2022~2024년)간 건설수주·건축착공면적·건설투자 등 주요 지표들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경상 기준)는 2023년 기준 16.6% 줄어 2008년 6.1%보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3.9% 반등했으나 회복세는 제한적이다. 건축착공면적 역시 2023년에는 전년 대비 31.7% 줄었는데, 감소 폭이 2008년(-22.2%)보다 크다. 건설투자는 2022년과 2024년 각각 전년 대비 3.5%와 3.0% 줄어 2008년(-2.7%)보다 나쁘다. 연도별 미분양(12월 말 기준)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역대 최고치(16만5599가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증가율이 가파르다. 2022년 말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로 전년 대비 284.6% 늘었다.

구조적 요인도 문제다. ‘뉴노멀’이 된 저성장 또한 최근 건설경기를 더 악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3.0%, 0.8%였으나 2010년 7%로 반등했다. 하지만 2022년부터 3년간 2.7%, 1.4%, 2.0%로 GDP 성장률이 저조했고 올해와 내년 모두 1% 안팎이 전망된다.

금리 인하도 쉽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낮아, 환율이나 외화 유출 우려 없이 신속한 금리 인하가 가능했다. 현재는 국내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더 낮고, 물가상승압력과 가계부채부담으로 고금리가 장기화해 건설경기 회복을 어렵게 한다. 높은 공사비, 주택수요 위축 등도 제약 요인이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 전문인력의 체계적 양성, 스마트 건설 기술 활성화 등 중장기적 체질 개선과 정책적 뒷받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