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동의 첫 생산 공장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짓는다. 전기차를 비롯해 빠르게 자동차 산업이 성장하는 중동에서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에 최첨단 공장을 세운 지 석 달 만에 해외 신규 공장 건설에 나서는 등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14일(현지시간) 사우디 킴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 위치한 부지에서 현대차 사우디 생산법인(HMMME)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현대차가 30%,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70% 지분을 보유한 합작 생산법인이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합쳐 연간 5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다. 내년 4분기 가동이 목표다.
중동은 현대차의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권역 중 하나다.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8% 늘어난 약 22만7000대다. 올해 1분기엔 약 6만대를 판매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 넘게 증가했다. 특히 친환경차가 1만대 넘게 팔리며 전년 대비 55.2%나 늘었다.
사우디는 중동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다. 지난해 중동 전체 판매량 약 249만대 가운데 약 84만대(33.7%)가 사우디에서 팔렸다. 이 중 현대차는 전년 대비 9% 증가한 13만6000대가량을 팔았다. 올해 1분기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5%나 끌어올린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향후 자동차 시장이 커질 가능성도 높다. 사우디는 현재 국가 발전 프로젝트 ‘비전 2030’을 통해 자동차 산업을 키우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경쟁력을 보유한 전기차 보급률을 2030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이번 PIF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사우디에서 자동차를 제조하고 밸류체인(공급망)을 만들어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고 비전 2030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중동 신화’를 이끌었던 지역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HMMME를 통해 중동 시장 점유율 확대에 가속 페달을 밝겠다는 포부다. 여기서 생산한 차량을 중동뿐만 아니라 북아프리카 지역에 수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HMMME이 가동을 시작하면 현대차가 글로벌 생산 거점을 운영하는 데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차는 미국발 관세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차종별 생산 거점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미국에 수출하던 국내 생산 물량을 최근 판매 증가세에 있는 중동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과 중동 등 대규모 해외 투자가 이어지면서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에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장 부회장은 “해외 투자로 인해 국내 투자가 소외되거나 위축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현대차의) 역할, 해야 될 부분에 대해 지속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