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적용 법령’ 깜빡한 판사… 대법 “재판 다시”

입력 2025-05-15 19:05
사진=윤웅 기자

2년 넘게 사건을 심리한 1·2심 판사들이 판결문에 적용 법령을 적지 않는 실수를 저질러 피고인이 다시 법정에 서는 일이 벌어졌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3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 1일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이모(45)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은 유죄판결을 선고하면서 그 이유에 법령의 적용을 누락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며 “형사소송법 323조 1항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조항은 형을 선고할 때 판결 이유에 범죄 사실과 증거 요지, 법령 적용을 명시해야 한다고 정한다.

이씨는 2020년 경기도 안산의 한 병원장으로 근무하면서 공익신고를 한 소속 병원 간호사를 부당 전보 조치하고 두 차례 정직 3개월 처분하는 등 불이익을 준 혐의로 2022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피해 간호사는 병원 내 다른 간호사의 환자 격리 조치에 관해 경찰에 신고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넣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재판부는 6개월여 심리 후 2023년 5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는데, 판결문에 어떤 법령을 적용해 이씨를 처벌하는지 적지 않았다. 2심을 맡은 같은 법원 형사9부도 2023년 6월부터 지난 1월까지 재판하면서 1심 실수를 잡아내지 못했다. 2심은 이씨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1심의 실수는 대법원에서 바로잡혔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씨는 서울중앙지법에서 다시 2심 재판을 받게 됐다. 다만 대법원은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이씨의 상고 이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