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49) 그안에진리교회 목사의 삶은 하나님께 인생의 주도권을 양도하는 여정이었다. 아나운서를 꿈꾸던 청년은 매일 새벽 예배의 자리로 나와 자신의 미래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지만, 하나님은 그를 완전히 다른 길로 인도하셨다.
“방송국에 들어가고 싶어 새벽마다 간절히 기도했어요. 어느 날 기도 중 하나님이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내면을 들여다보니 사실은 텔레비전에 나와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더라고요. 그걸 솔직히 고백했더니 하나님께서 ‘내려놓으면 상상할 수 없는 계획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을 주셨어요.”
그렇게 자기 뜻을 내려놓고 순종의 길로 들어섰다. 최근 서울 서초구 교회에서 만난 이 목사는 “미디어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었지만, 하나님께선 ‘네 인생의 열쇠를 나에게 넘기라’고 응답하셨다”며 “결국 제 뜻을 내려놓고 그분이 인도하시는 길을 따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나님이 주신 응답
그는 1998년 미국 하와이에서 9개월간 선교훈련을 받으면서 ‘믿음+굴복=서프라이즈(놀라운 일)’라는 영적 공식을 마음에 새겼다.
“허공에 몸을 던지듯 하나님께 삶을 내어드렸어요. 그랬더니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진짜 헌신하게 되더라고요.”
인도 국경 지역에서의 단기선교는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인도에서 작은 배 위에 누워 하늘을 보며 기도하던 중이었어요. 내 인생을 어디로 이끌어 가실 거냐고 기도하던 중 갑자기 북한과 통일, 대한민국이 폭포수처럼 마음에 쏟아졌어요.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목사가 될 생각은 없었다. 심지어 이 목사는 신학 공부를 시작하면서도 목사만큼은 절대 되지 않으리라 고집했다.
“교회 생활을 열심히 하다 보니 어른들이 저만 보면 신학교에 가라고 했어요. 저는 목회자가 너무 고리타분하고 세상과 단절된 사람처럼 보여 거부감이 컸던 것 같아요.”
그 시절 법학도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라고 생각했고 신학적 세계관 위에 법학을 더해 세상을 분별하고 싶었다”며 “하나님의 군사로 훈련받겠다는 각오로 신학교에 입학했다”고 전했다.
2000년 미국 풀러신학교에 입학한 그는 목회학 석사 학위 취득 후 2004년 한동대 국제로스쿨에 진학해 법학을 공부했다. 그러면서 결국 목사 안수도 받았다. 학업을 마친 뒤엔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에서 부목사로 섬기다가 2010년 사임하고 변호사 시험에 도전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갔다. 아메리칸대학교 로스쿨에서 국제인권법을 공부하고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변호사로 사는 삶이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건 몇 년이 지나서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 목사는 한 로펌에서 근무하며 현실과 신앙 사이에서 적잖은 갈등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변호사는 의뢰인을 무조건 변호해야 하는데 저는 자꾸 판사나 검사의 시선으로 보게 됐다”면서 “결국 사람과 역사를 바꾸는 건 설교, 곧 말씀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목회의 자리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고백했다.
다시 사역을 시작한 그는 온누리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을 하다 2016년 지금의 교회를 개척했다.
한반도라는 선교지
그안에진리교회는 ‘통일한국 선교한국 다음세대’라는 세 가지 사명을 내걸고 있다. 이 목사는 “대한민국은 특별한 선교적 사명을 가진 나라”라며 “한반도 통일, 복음 통일을 위한 기도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일은 정치가 아닌 선교적 사명”이라며 “교회가 북한 해방이라는 사명을 잃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개척 초기부터 통일과 북한선교를 위한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했다. “교회마다 주어진 사명지가 다르지만, 우리 교회의 사명은 대한민국과 통일입니다. 그 비전에 동의하는 이들이 모여 지금은 500여명의 성도가 신앙 공동체를 꾸리고 있습니다.”
이 목사는 ‘기도와 말씀’이 목회의 본질이라고 했다. “초대교회가 사도의 가르침과 기도, 공동체 위에 세워졌듯이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라는 터 위에 서야 합니다. 매일 아침 하는 큐티가 애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 성도만이라도 하루하루 말씀을 따라 살아가면 그것이 곧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기도와 말씀에 전념하며 통일과 다음세대를 위한 사명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교회를 세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통일 후 북한 선교를 위한 일꾼을 양성하기 위해 다음세대를 성경적 세계관으로 세우는 사명도 감당하고 있다. 기독교 대안학교 ‘윌버포스 크리스천 스쿨’을 세워 교육사역도 하고 있다.
“교회가 살아야 나라가 삽니다. 진리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랑의 공동체, 통일을 준비하는 영적 군대를 세우는 것이 저와 우리 교회의 소명입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