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수천억 달러 계약”… 트럼프 투자 유치 ‘뻥튀기’ 논란

입력 2025-05-16 00: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왕궁에서 열린 대규모 수출·투자 유치 합의 서명식에서 펜을 들어 보이자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이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동을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카타르에서도 수천억 달러의 오일머니를 미국에 투자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투자 유치 규모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두 번째 순방국인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카타르항공의 미국 보잉 항공기 구매 계획을 발표하며 2000억 달러(약 280조원)가 넘는 계약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것(구매 금액)은 2000억 달러가 넘고 제트기로는 160대”라며 “환상적이며 기록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후 백악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계약 대수는 210대지만 액수로는 960억 달러에 그쳤다. 백악관은 또 카타르와의 경제협정이 총 1조2000억 달러의 ‘경제적 교환’을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 수치의 근거는 불분명하다.

트럼프는 첫 순방지인 사우디에서도 사우디 정부와 기업들이 미국에 총 6000 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투자 사업 총액이 절반도 안 되는 2830억 달러라면서 “금액이 이미 집행된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약속된 자금인지도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 진행 중인 사업도 포함돼 있다. 또 6000억 달러 투자에는 사우디의 대미 투자뿐만 아니라 구글, 오라클, 우버 등 미국 기업이 사우디 벤처에 투자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해당 투자는 이미 지난 2월에 사우디에서 발표된 것이다.

한편 트럼프는 13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투자 포럼 연설에서 미국이 중동 국가의 일에 더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참석자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NYT가 전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이전 정권이 펴온 중동 개입 정책을 비판하며 “개입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복잡한 사회에 간섭을 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동 지역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은 자신의 방식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