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처치·가정예배로 자녀들 신앙 키우세요

입력 2025-05-16 03:02 수정 2025-05-20 13:38
한국교회의 다음세대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신앙 전수의 해답을 가정에서 찾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주일에 딱 한 시간 예배만으로는 아이들의 믿음을 지키기 어렵다는 인식에 가정과 교회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이 확산 중이다.

자연 속에서 믿음의 추억 쌓기

하남교회 캠핑처치에 참여한 성도들이 지난 10일 경기도 양평 하남교회 수양관에서 텐트 아래 모여 음식을 나누고 있다.

지난 10일 방문한 경기도 양평에 있는 하남교회(방성일 목사) 수양관. 산속의 흙냄새와 함께 ‘캠핑처치’ 참가자들이 피운 숯불 냄새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비를 맞으며 올챙이를 잡는 데 열을 올렸다. 우비를 입은 어른들은 달고나와 마시멜로를 구워 먹기 위해 불을 피웠다.

캠핑처치는 하남교회가 2020년부터 진행하는 가정사역 중 하나다. 20여명의 성도는 교회가 준비한 보드게임이나 배드민턴 등 운동 도구를 사용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거나 영화를 함께 보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다. 캠핑처치는 다음 날인 주일 아침 수양관 강단에서 함께 예배드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캠핑처치 팀장 김창희(47) 집사는 “캠핑은 사춘기 자녀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부모와 자녀 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다음세대에 신앙을 계승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연 속에서 나누는 캠핑은 가족 간 유대를 강화할 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 김하율(15)양은 “캠핑처치에서 친해진 좋은 친구 덕분에 교회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게 된다”고 전했다.

대화로 이어가는 가정예배

수원 하늘꿈연동교회 가정OM에 함께한 가족의 모습. 하늘꿈연동교회 제공

일상의 예배를 통해 신앙을 쌓는 교회도 있다. 경기도 수원 하늘꿈연동교회(장동학 목사)는 2017년부터 대화 중심의 가정예배 사역인 ‘가정OM’을 펼치고 있다. OM은 오렌지 미팅(Orange Meeting)의 머리글자다. 가정의 사랑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진리의 빛을 상징하는 노란색이 합쳐지면 오렌지색이 되는데 ‘가정(사랑)과 교회(말씀)가 만나는 자리’라는 의미다.

하늘꿈연동교회는 가정OM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일예배의 설교 본문을 통일한다. 영·유아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같은 본문으로 설교를 듣고 각 가정에서 한주간 묵상한 내용이나 기도 제목 등을 나누며 기도한다.

이 교회의 김정균(40) 정해선(34) 부부는 현재 세 살 된 딸과 함께 꾸준히 가정OM을 하고 있다. 김씨는 “우리 부부는 엄청난 수다쟁이들”이라며 “가정OM을 하고 나서부터는 수다의 초점이 세상에서 성경의 단어들로 많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일주일 내내 말씀 훈련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김다위 목사)는 영·유아기부터 성인까지 말씀 중심의 신앙교육을 펼친다. 교회학교 가운데 유치국의 ‘꿀땅’ 사역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6년 시작된 꿀땅은 ‘꿀이 흐르는 땅’의 줄임말로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풍요의 공간을 가정에 비유한 이름이다.

꿀땅 사역은 주일에 배운 말씀을 일주일 내내 다양한 활동으로 연결한다. 선한목자교회 유치국은 재적 634명 중 60%가량 되는 383명이 꿀땅 연회원이며, 1년간 꿀땅에 빠지지 않고 개근상을 받는 어린이는 35명에 이른다.

꿀땅의 핵심은 부모 참여다.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인데 교회는 ‘꿀땅스쿨’을 통해 부모 교육을 한다.

함께 드리는 예배로 영성 키우기

대구 침산동부교회(이호진 목사)도 다음세대 양육을 위해 가정과 교회 사역을 연계한다. 수요예배나 금요철야에 참석하는 아이들에게 분기별로 장학금을 주고 금요철야를 가족 전체가 함께 드리게 하는 방식이다. 이호진 목사는 “다음세대를 길러낼 신앙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영적으로 제대로 준비된 다음세대를 길러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역들을 통해 가정은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숨 쉬는 ‘신앙의 요람’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경진 소망교회 목사는 지난 4일 어린이 주일 설교에서 ‘자녀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제목의 말씀을 통해 부모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목사는 “신앙교육은 일상 속에서 반복적이고 진솔하게 이뤄져야 하며 먼저 부모의 삶이 자녀에게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영 임보혁 기자, 양평=글·사진 박윤서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