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갑절의 영감을 구한 엘리사

입력 2025-05-16 03:06

열왕기하 2장 전반부는 혼자서 마지막을 맞이하려는 스승 엘리야와 끝까지 스승 옆에 붙어 있으려고 하는 엘리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을 밀어내는 스승을 좇아 길갈 벧엘 여리고 요단을 따라가는 엘리사의 모습은 눈물겨울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 집요함은 승리를 거둡니다. 엘리야가 마지막까지 자기를 끈질기게 따라오는 엘리사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기 때문입니다.

엘리사의 요구는 참으로 대단합니다. “당신의 성령이 하시는 역사가 갑절이나 내게 있게 하소서”라고 구합니다. 엘리야는 기도함으로 기근이 임하게 만들고 다시 기도함으로 단비를 내린 것은 물론, 갈멜산에서 능력 대결을 통해 하늘에서 불을 내리게 한 사람이니, 참으로 어려운 요구를 한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욕심이 많아 보이는 엘리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목회를 시작하고 말씀을 묵상하며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엘리사를 꾸짖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또 성경엔 엘리야와 관련된 기적이 8가지 기록돼 있는데 엘리사와 관련된 기적은 16가지가 기록돼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왜 엘리사의 기도를 들어 주셨던 것일까요.

첫째 엘리사의 요청은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겸손의 또 다른 표현이었기 때문입니다. 엘리사는 자기 능력이 스승의 절반밖에 되지 않음을 겸손히 인정했기에 하나님께서 두 배의 능력을 채워 주셔야 스승과 같은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고 구했습니다.

둘째 엘리사가 사역해야 했던 시대가 엘리야보다 두 배는 악한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열왕기하 2장은 엘리사가 자신을 조롱한 아이들을 여호와의 이름으로 저주하고 곰이 이들 중 42명을 찢어 죽이는 이야기로 끝납니다. 옛날에는 이런 잔인한 말씀을 성경에서 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 사건이 기록된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한글 성경은 ‘작은 아이들’이라고 번역했지만 히브리어 원어 성경을 보면 이들은 10대입니다. 목사님이 길을 가는데 수십 명의 불량 청소년이 둘러싸고 협박하는 상황인 겁니다. 또 아이들은 ‘대머리여 올라가라’고 말합니다. 외모를 조롱할 뿐만 아니라 스승 엘리야처럼 승천해 죽으라고 말하며 하나님이 영광스럽게 하신 일을 희화화합니다. 엘리사가 사역해야 했던 시대는 하나님의 종을 함부로 대하는, 참으로 타락한 시대였습니다. 이 시대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엘리사의 소원을 다시 보면 그의 요청은 욕심이 아니라 절박한 간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잠잠히 저와 제가 사역해야 하는 이 시대를 보니 저 또한 갑절의 영감을 구하게 됩니다. 제가 사역해야 하는 이 시대는 선배 목사님들이 사역해야 했던 시대보다 갑절은 악하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주님의 복음을 무시하고 사랑과 경건이 식고, 하나님의 이름과 교회가 능욕을 받는 가운데 우리에게도 갑절의 영감이 필요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시대가 악하다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엘리사처럼 겸손히 갑절의 영감을 구합시다. 이 악한 시대를 새롭게 하실 하늘의 능력이 위로부터 임하여 조국 교회가 다시 힘을 얻고 일어나기를 소원합니다.

이혜진 목사(애틀랜타벧엘교회)

◇애틀랜타벧엘교회는 미주성결교회(KECA) 소속으로 9년 전 이혜진 목사와 두 가정의 작은 기도 모임으로 시작돼 놀라운 부흥과 성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역사 전공자인 이 목사는 하나님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하나님을 더 영화롭게 하려는 목적으로 이 교회를 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