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연정(가명·22)씨의 하루는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끝난다. 김씨는 15일 “친구와의 만남, 식사 자리, 버스 안에서도 손에서 폰을 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원동(가명·26)씨는 하루 평균 약 2시간을 숏폼 시청에 소비한다. 그는 짧은 영상을 뜻하는 숏폼 몰입으로 친구와의 대화마저 쉽지 않게 됐고 말싸움으로 번진 적도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 중독은 이제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문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디지털 정보격차·웹접근성·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가운데 22.9%가 과의존 위험군(고위험군 및 잠재적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층(10~19세)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지난해 대비 2.5% 포인트 늘어난 42.6%로 집계됐다. 유아·아동층(3~9세) 비율도 25.9%로 0.9% 포인트 증가했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디지털 중독의 본질을 ‘의지의 굴레에 갇힌 상태’라고 진단하며 “내면의 불안을 직시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중독 탈출의 출발점”이라고 조언한다.
이런 통찰은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와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회장 조영진) 한국교회상담사역네트워크(회장 이기원 목사)가 서울 용산구 서빙고 온누리교회 본당에서 개최한 ‘2025 회복축제’에서 제시됐다. 14일부터 사흘간 ‘온전함’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목회자와 평신도, 심리상담학자 등 1100여명이 함께했다. 교회 안 성도 개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가 회복되도록 돕는 통합적 돌봄 사역을 지원하고자 마련된 자리다.
오화철 서울기독대 상담심리학 교수는 ‘미디어중독’이란 주제의 강의에서 “사람들이 미디어에 몰입하는 이유는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내면의 결핍을 채우려는 영적 갈망 때문”이라며 “교회가 이 시대의 초월성 결핍과 디지털 중독 문제에 주체적으로 응답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라도 그것을 채우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방은 스마트폰을 뺏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기계 없이도 충분히 괜찮은 존재라는 믿음을 갖게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복축제에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심층적으로 다룬 강의도 마련됐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 명예교수는 ‘신경과학, 심리학 및 영성을 통합한 상처와 외상치유’란 주제 강의에서 기독교인이 비신자보다 외상으로 인해 받는 영적 충격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급작스러운 사고나 상실 앞에서 영적 혼란과 분노가 찾아올 수 있다”며 “우리가 외상을 당할 때 예수님과의 동행 속에서 그 고통을 의미화하고 하나님의 위로를 체험하는 것이 회복의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우리 믿음은 단지 지식이나 의지만이 아니라 삶 전체의 회복과 온전함을 지향한다”며 “회복축제를 통해 한국교회가 다양한 삶의 문제를 함께 바라보고 치유의 길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