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여년간 계속돼온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전격 해제한 데 이어 아메드 알샤라 대통령도 직접 만났다. 시리아에서는 장기 독재하던 바샤르 알아사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축출되면서 오랜 내전이 끝났고, 반군 연합을 이끈 알샤라가 새 대통령으로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다.
중동을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알샤라를 만나 악수했다. 이 자리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화상으로 참여했다. 트럼프는 “시리아 새 정부와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 제재 해제는 시리아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전날 리야드에서 열린 투자 포럼에서 “비극과 전쟁, 살육을 겪어 온 시리아에 발전할 기회를 주기 위해 제재 중단을 명령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시리아와 정상적 관계를 복구하기 위한 첫 조치를 이미 취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아사드 독재정권을 겨냥했던 미국의 제재에 대해 “가혹하고 파괴적이었으나 중요한 기능을 했다”며 “이제는 그들이 빛을 발할 시간이다. 시리아에 행운을 빈다. 우리에게 뭔가 특별한 것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시리아 과도정부는 트럼프의 조치에 대해 “재건을 향한 새로운 시작”이라고 환영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선 수천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리아 국기와 사우디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미국의 제재는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2011년부터 본격화했다. 시리아는 경제·금융 제재와 수출통제 등 전방위적 제재를 당했다. 미국은 2012년 시리아와 단교하고 대사관도 폐쇄했다.
알샤라 과도정부는 “제재는 이전 정권이 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에 대한 대응책으로 시행된 것”이라며 해제를 요구해 왔다. 미국은 그동안 아사드 정권 붕괴를 환영하면서도 반군 출신의 새 대통령과도 거리를 둬 왔다. 알샤라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군에 맞서 싸운 알카에다 출신이었으나 이후 알카에다에서 탈퇴하고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을 이끌어 왔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결정은 중동의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리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끊는 획기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14일 카타르로 떠나기 전 리야드에서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란과의 합의를 원한다. 이를 위해선 이란이 테러 지원을 중단하고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핵 협상을 진행 중인 이란을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는 전날 포럼에서도 이란을 향해 “더 낫고 안정된 세상을 위해 과거의 충돌을 종식하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싶다”면서 “이란 지도부가 이 올리브 가지를 거부하고 이웃 국가를 계속 공격한다면 우리는 최대 압박을 가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로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15일 튀르키예에서의 회동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그들은 매우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렘린궁은 “러시아 대표단이 15일 회동에 참석한다”면서도 푸틴 대통령의 직접 참석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