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대다수 “복귀 안 한다”… 정부 ‘5월 수련 특례’ 부담 커져

입력 2025-05-14 19:10
서울 한 대학병원 전공의 당직실에 불이 꺼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의·정 갈등으로 병원을 그만둔 전공의 대다수는 현 정부 임기 내에 복귀할 의사가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음 달 출범하는 새 정부와 의료 정상화를 조건으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철회 등 요구 사항을 관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온라인에서 누구나 익명으로 중복 응답할 수 있어 조사의 신뢰도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강경파 목소리가 과표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련병원 병원장 모임인 대한수련병원협의회(대수협)는 최근 사직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5월 복귀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일부 전공의가 이달 안에 복귀 의사를 내비치자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대수협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복귀하지 않겠다’ 응답이 80% 안팎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대수협 내부에서는 ‘복귀하지 않겠다’ 비율이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문조사가 조사 링크를 공유받은 누구나 익명으로 중복응답이 가능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응답자 수도 1만여명으로 지나치게 많았다. 지난해 2월 집단사직 이전 전체 전공의는 1만3531명이었다. 올해 군 입대 880여명과 수련 중인 1174명(3월 기준), 올해 상반기 전공의 모집 합격자 822명 등을 제외하면 사직 전공의 수보다 많은 인원이 설문에 응한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강성 전공의 등이 설문에 참여해 ‘미복귀’에 중복으로 응답한 것으로 추정한다. 의대생 8305명이 유급된 상황에서 선배 격인 전공의가 먼저 복귀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파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설문조사가 시작된 직후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설문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글이 공유되기도 했다. 한 사직 전공의는 “중복 로그인을 잡아낼 수도 없고, 이미 링크가 많이 퍼진 상태라서 신뢰도가 우려되는 조사”라고 말했다.

실제 복귀 의사가 있는 사직 전공의는 300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대한의학회 등이 지난 11일까지 진행한 실명 조사에서는 300명 안팎의 복귀 의사가 확인됐다. 통상 전공의 모집은 상반기(1~2월)와 하반기(8월) 두 차례 이뤄진다. 복귀 의사가 있는 사직 전공의들은 정부가 전향적으로 5월 복귀의 길을 터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조사 역시 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취지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대다수는 복귀 의사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정부의 부담이 커졌다. 5월 수련 특례를 열어줄 경우 또다시 원칙을 허물고 의사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