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 수장이 15~16일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3주 만에 다시 만나 협상 경과를 중간 점검한다. 기획재정부와 미 재무부가 따로 협상을 맡은 환율 분야는 이달 초 별도로 첫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양자 회담을 진행한다고 14일 밝혔다. 회담은 15일부터 이틀간 제주에서 열리는 APEC 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성사됐다.
안 장관과 그리어 대표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2+2 통상 협의’로 만나 양국 간 관세 협상의 기틀을 마련했다. 당시 양국은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투자 협력, 환율 정책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작업반을 구성해 7월 중 ‘패키지 딜’을 타결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실무협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핵심 의제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한국 측은 조선·에너지 등 산업 분야의 협력을 협상 카드로 국가별 상호관세 유예·폐지와 철강·자동차 등 분야의 품목별 관세 인하를 얻어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21개국 통상 장관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APEC 통상장관회의는 한·미 외 다른 참가국에도 관세 협상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12일 미국과의 합의로 보복관세를 대부분 해제한 중국은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이 제주를 찾아 그리어 대표와 후속 양자 회담을 추진한다. 이 밖에도 한국·중국, 한국·일본 등 다양한 양자회담이 활발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장관회의 한국 측 대표는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과 미국 측 로버트 캐프로스 아시아 담당 부차관보가 지난 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만나 환율 정책을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후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한·미 간 환율 협상 합의 기대에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 야간거래에서 장중 14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1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포럼에서 “한국은 정부 교체기에 있지만 선거 본격화를 앞두고 매우 좋은 제안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계속 진전이 있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는데 국내 사정 등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