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구 계산중앙감리교회(최신성 목사·아래 사진)는 2007년에 건축됐다. 하지만 건축 재료가 특이해 지금도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재료가 철골 트러스다. 이는 철강재로 만든 삼각형 구조의 골조 시스템이다.
교회는 건물 지붕이자 대예배당의 천장 공사에 철골 트러스를 사용했다. 이 방식으로 내부의 기둥을 모두 없앴다. 기둥이 받아내는 하중을 트러스의 인장력을 통해 분산시켜 버티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방식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공간이 체육관이나 공장이다. 공간 내부에 기둥을 없애 완전히 개방된 형태로 만들 때 사용한다.
교회는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로 꼽히는 유걸(85) 건축사가 설계했다. 그는 서울대 건축과 출신으로 김수근건축연구소를 거쳐 아이아크건축사무소를 설립했다. 서울시청 신청사가 그의 작품이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유 건축사 대신 계산중앙감리교회 건축 당시 실무 전반을 맡은 오서원(파이브피에이 대표) 건축사에게 연락해 지난달 11일 함께 교회를 방문했다.
“예배당 기둥 없애자” 철골 트러스 적용
로비에서 만나 대예배당부터 찾았다. 대예배당의 천장에서 철골 트러스를 볼 수 있었다. 계산중앙감리교회의 대표적인 이미지 중의 하나가 예배당의 트러스가 보이는 천장 사진이다. 예배당을 문을 열었는데 실내가 환했다. 마치 외부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엔 취재진이 온다고 일부러 실내등을 모두 켜놓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전등을 켠 것이 아니라 자연광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예배당을 둘러봐도 벽면에 이렇다 할 창이 눈에 띄지 않았다.
오 건축사는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이라고 설명했다. 철골 트러스 사이로 흰색 부분이 보였는데, 그것이 빛의 원천이었다. 지붕이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로 돼 있어 빛이 투과한 것이다. 반투명 지붕은 단상에서 회중석 방향의 네 줄로 뻗어 있었다.
이곳을 야외 동산처럼 만들고 싶어했던 유 건축사의 설계였다. 그는 예수님이 실내가 아니라 실외에서 메시지를 전했다는 점을 건축에 반영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실내지만 실외 같은 자연광이 충분히 머물도록 반투명 지붕을 사용했다고 오 건축사는 설명했다.
반투명 재질은 벽면에도 사용해 자연광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 때문에 낮에는 별도의 조명이 필요 없다.
밤에 켜는 실내등은 또 다른 교회의 모습을 연출했다. 반투명 재질의 벽면을 사용했기 때문에 실내등을 켜면 교회 건물 전체가 외부로 빛을 내는 라이팅 박스가 되는 것이다. 주변 지역의 어둠을 헤치고 밤거리의 이정표가 된다.
예배당 천장의 철골 트러스는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건축물의 뼈대가 그 자체로 인테리어가 됐다. 트러스는 반투명 지붕과 같은 결로 단상에서 회중석 쪽으로 뻗어 있었다. 실내는 기둥이 없으므로 시야가 탁 트였다.
철골 트러스는 효율적인 하중 분산으로 기둥을 없애는 것 외에 여러 장점이 있다. 일단 다양한 형태의 공간 구현이 가능해 건축미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 또 트러스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기 때문에 공사 기간이 짧아지고 정밀도도 높다. 이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유 건축사는 서울 밀알학교, 대전 대덕교회 건축에도 철골 트러스를 사용했다.
대예배당은 교회 전체 공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교회 평면 대부분이 대예배당이고, 나머지 시설은 그 아래층에 구성돼 있다. 예배당 뒤편 공간은 계단식으로 올라가게 돼 그 아래 크고 작은 공간들이 있다. 지하에는 식당과 중예배실, 소그룹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교회 로비인 아트리움에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었다. 에스컬레이터 공간을 통해 지상과 지하 공간을 연결하고 환기와 채광도 해결했다. 주차장은 지하 2층과 외부 시설에 마련됐다.
파이 조각을 콘셉트로
교회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드론을 띄웠다. 이 교회의 특별함은 건물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콘셉트에 있었다. 하늘에서 본 교회는 파이의 4분의 1조각이었다. 그 파이가 다시 다섯 조각으로 잘려 그 사이사이에 반투명 지붕이 들어가는 식으로 건축미를 더했다.
대지 모양을 고려해 설계된 파이 모양의 교회 건물은 주어진 땅에 순응한 결과다. 대지도 자체가 사분원 형태였다. 유 건축사는 공장이 많은 이 지역에서 교회 건축물이 나름의 상징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하학적인 조형미를 추구하고 현대적인 재료를 선택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오 건축사는 설명했다.
모든 철골 트러스는 단상 쪽에서 뻗어 나갔기 때문에 그 하중은 단상 뒤편의 기둥에 집중돼 있다. 이 기둥은 실내외에서 모두 미학적으로 의미 있는 형태를 띠었다. 열두 제자를 의미하도록 12개의 기둥으로 만들되 그 사이가 좁고 기둥의 크기와 모양이 불규칙하게 겹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어려움도 있었다. 불규칙하고 좁은 기둥 사이에 시멘트 거푸집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시공사가 못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이를 해결한 건 오 건축사의 기지였다. 기둥을 하나씩 세우지 말고 여러 기둥을 밑에서부터 동시에 쌓아가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계산중앙감리교회의 십자가탑도 평범하지 않았다. 경인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70m의 상당한 높이를 자랑하는 이 교회의 십자가탑이 여지없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 설계는 75m였지만 과하다는 의견이 있어 낮췄다고 했다.
십자가탑 모양은 배의 돛을 연상시킨다. 첫 구상 때는 모빌을 달아서 바람에 의해 변화무쌍한 모습을 연출하려고 했지만 구현이 어려워 절충안을 택했다. 탑은 가는 철골 기둥에 여러 겹의 철골을 덧붙여 볼륨감을 높였다. 빨간색의 가는 철골로 만든 십자가는 꼭대기가 아닌 탑의 상단에 붙였다.
계산중앙감리교회 대지는 1만400㎡, 연면적은 1만6477㎡다.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에, 대예배당은 3500석 규모다. 교회의 시작은 19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감리교선교부가 인천지역 선교를 위해 파송한 존스 선교사가 설립한 부평읍교회가 전신이다. 현재는 국내외 선교와 지역사회 봉사에 헌신하는 교회로 잘 알려져 있다.
인천=글·사진 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