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하복 군대서도 통한다… ‘겸손한 리더십’ 주목

입력 2025-05-16 02:21
저자들은 모든 리더십이 ‘겸손’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격적인 겸손이 아니라 “상황의 모든 요소를 눈여겨보고 이해하려는 열린 태도”를 의미한다. 아울러 어떤 말이나 행동에도 처벌이나 보복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 제공

리더의 자질은 한 조직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 보통 리더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공동체나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책임감’,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조직원과의 끊임 없는 ‘소통 능력’, 필요한 순간에 과감하게 행동하는 ‘결단력’ 등이 언급된다. 조직심리학의 대가인 에드거 샤인과 그의 아들 피터 샤인이 쓴 책은 리더십을 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이들은 리더십을 “개인과 개인이 역동적으로 교류하면서 새롭고 더 나은 행동을 학습하고 공유하며 지도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다소 이질적으로 보이는 ‘겸손’과 ‘리더십’이라는 두 단어를 하나로 묶는다. 저자들은 ‘겸손한 리더십’이라는 개념을 모든 리더십의 기반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저자들이 사용하는 겸손의 의미부터 파악해야 한다. 리더의 성격이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상황의 모든 요소를 눈여겨보고 이해하려는 열린 태도”를 의미하는 ‘상황적 겸손’을 뜻한다. 현대 사회에서 수많은 정보를 혼자서 관찰하고 해독해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자들은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의 일부는 직속 하급자, 동료, 유관 부서 직원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데 정작 그들에게 권한이나 책임이 전혀 부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 “겸손한 리더십은 그들과 그들의 아이디어에 마음을 여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황적 겸손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리더와 조직원 사이에 적절한 관계가 맺어져야 한다. 저자들은 사회에서 관찰되는 관계를 네 단계로 구분한다. 교도관과 수감자처럼 불균등한 권력을 특징으로 하는 부정적인 관계(-1단계·반감), 역할과 규칙에 근거해 상대를 대하는 업무적 관계(1단계·무감), 상대방을 인간적으로 대하는 전인적 관계(2단계·공감), 연인이나 부부 관계에서 보는 친밀한 관계(3단계·연민) 등이다. 보통 조직에서는 1단계나 2단계, 또는 둘 사이의 어딘가에서 관계가 맺어진다. 업무적 관계의 가장 큰 특징은 서로를 사람이 아닌 역할로 인식하고 거리를 둔다는 점이다. 반면 전인적 관계에서는 상대방을 역할 수행의 존재가 아닌 공동의 목표와 경험을 중심으로 인간적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전인적 존재로 본다.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구성원들이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느냐의 여부다. 심리적 안전감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하고, 실수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다고 느끼는 상태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더라도 처벌을 받거나 보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분위기와 조직 문화라고 볼 수 있다. 저자들은 “겸손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무엇을 묻고 무엇을 드러내든 더 인간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2단계 관계를 통해 신뢰와 개방성을 구축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서도 1단계 관계의 직접적 거리에서 나타나는 형식주의와 무감을 피하는 동시에 3단계 관계의 친밀함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기업과 정부는 물론 병원과 군대 등 다양한 조직에서 겸손한 리더십이 어떻게 실천되는지를 보여주는 풍부한 사례를 제시한다. 상명하복의 조직인 군대에서도 ‘겸손한 리더십’은 유용하다. 저자들은 개방적이고 서로를 신뢰하는 분위기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관계라면 아무리 군대라도 최선의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성과를 확인했다. 겸손한 리더십은 ‘겸손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상대방의 생각과 경험에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물어야 하고, 질문 후에는 상대방의 답변을 경청한 뒤 그 반응에 따라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내가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답을 정해두지 않아야 한다. 우리 조직의 리더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