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복잡다단한 세상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어디로 휩쓸려가는지도 모른 채 표류하게 된다. 이럴 때는 무엇에 마음을 두고 살아야 할까.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大學)의 ‘정심장’(正心章)에 나오는 말이다.
‘심부재언(心不在焉) 시이불견(視而不見) 청이불문(聽而不聞) 식이부지기미(食而不知其味).’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는 말이다. 공자는 제나라에 가서 ‘소’(韶)라는 악곡을 들으며 석 달간 고기 맛을 몰랐다. 마음이 음악에 가 있어 먹어도 그 맛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전해야 하는 우리의 마음은 어디에 가 있을까. ‘목양 일념’ ‘공동체 형성’ ‘생태계 보전’ ‘하나님 나라 복음 전파’처럼 선한 일과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우리 마음이 있길 바란다.
이사야는 포로로 끌려가 바벨론 문화에 동화돼 신앙 정체성의 위기 앞에 놓인 이스라엘 백성에게 높은 산에 오르라고 말한다. 이스라엘 백성은 정기적으로, 또 어렵고 힘들 때마다 높은 산에 올라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거룩함을 회복하며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되새겼다.
하나님 백성은 높은 산에 올라 아름다운 소식을 전해야 한다. 높은 산을 오르려면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준비 없이 올라가면 조난당하거나 실종되기 쉽다. 히말라야 원정대나 보병대원과 해병대원은 장비를 갖추고 산악 훈련을 한다. 산악달리기 등 기초 훈련부터 시작해 암벽·빙벽등반, 산악생존 등의 고등 산악훈련을 한다.
하나님의 군사인 우리도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해 말씀 공부와 기도, 전도 등 기본 훈련을 제대로 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 속 복음 전도자로 서려면 신학 훈련과 기후 위기, 인공지능 문제 등도 연구해야 한다.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기 위한 성품 훈련도 해야 한다. 먼저 우리 자신의 신앙 성숙을 위해 계속 배우고 익히며 그리스도의 좋은 일꾼이 돼야 한다.
공해와 황사 등으로 하늘은 뿌옇고, 세상살이가 어려워 등이 휘니 눈 들어 하늘을 보기도 점점 힘이 든다. 어려움은 늘 상대적이지만 내 문제는 더 크게 보이는 법이다. 높은 산에 오르라는 건 세상의 시야를 넘어 하나님 나라 비전을 발견하라는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를 넘어 분별력을 갖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라는 의미다.
산 위에 오르면 세상이 한눈에 보이고, 그 감격으로 “야호”라고 외치게 된다. 메아리 소리는 우리 마음을 뿌듯하게 할 뿐 아니라 듣는 이의 마음도 설레게 한다. 비전의 사람이 돼 “너희 하나님을 보라”고 땅끝까지 외치며 예수님 부활의 증인으로 서자. 이 어둡고 혼돈된 세상에서 ‘생명과 평화’를 노래하자.
목자 된 주님은 우리를 긍휼히 여겨 품에 안고 인도한다. 긍휼의 마음이 없으면 기쁨과 감동이 사라지고 편견과 차별이 생겨난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 비전으로 어린이와 여성, 병자와 가난한 자 등 사회적 약자를 더 긍휼히 여겼다. 이들의 목자 돼 품고 가르치며 죄인의 굴레를 벗겨줬다.
한 사회의 수준은 약자를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사회의 약자, 더 나아가 생태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교회는 양극화되고 각자도생하는 사회와 달라야 한다. 초대교회처럼 필요에 따라 나눔으로 낙오되는 사람이 없도록 서로 살피며, 크고 작은 나무들이 더불어 숲을 이루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자.
김성희 목사(서울 독립문교회)
◇김성희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독립문교회의 담임목사입니다. 서울 종로구 행촌동 성곽마을에서 양봉장과 육묘장 등을 운영하는 도시농업공동체와 인왕마을네트워크, 교동협의회 활동 등으로 마을생태계의 플랫폼을 만드는 마을 목회에 앞장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