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불참한 대법원장 청문회… “자진 사퇴해야” “감옥 안 가려 겁박”

입력 2025-05-14 18:48 수정 2025-05-14 22:01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14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법원조직법·공직선거법·헌법재판소 등을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법관들의 불출석 사유서를 보여주고 있다. 윤웅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4일 초유의 현직 대법원장 대상 청문회를 강행했으나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해 증인으로 채택된 대법관 전원이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불출석을 질타하며 조 대법원장의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 겁박용 청문회”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전체회의에서 “조 대법원장 등 사법부 16명 전원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헌법과 법률을 들먹이며 청문회에 불출석을 말하는 것 자체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유서 내용도 문제지만 형식도 너무 무성의하고 오만하다”며 “보통 A4용지 2장 안팎을 제출하는데, 대법관들은 짠 듯이 세 줄, 네 줄, 다섯 줄짜리를 복사해서 붙인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청문회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 측이 ‘사법권 남용 및 대선 개입 의혹 규명’을 명분으로 개최를 결정했다. 심리에 참여한 대법관 12명 모두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 등은 사법부 독립을 보장한 헌법 103조, 합의 과정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65조 등을 근거로 불출석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대법관이 청문회에 나간 전례가 없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그 말씀이 맞는다”며 “그렇지만 이 후보 상고심처럼 진행됐던 재판의 전례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희대의 사건이 발생해 희대의 청문회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법원에서도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 목소리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대법원은 내란 수사 대상이어서 오늘이라도 압수수색이 들어갈 수 있다”며 “(국회가 요구한) 자료들을 폐기한다면 증거인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날렸다.

앞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 회의에서 “사법 쿠데타에 대한 사과 및 사퇴라는 국민의 요구에 즉각 응답하기를 바란다”며 “청문회에 불출석하고 국민 요구에 불응하면 국정조사나 특검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반면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는, 이미 전과가 여러 개 있는 이재명 본인이 감옥 안 가려고 사법부를 겁박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대선을 20일 앞두고 사상 초유의 대법원 청문회를 여는 건 민주당식 독재정치의 신호탄”이라며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피고인에게 흠집을 냈다는 이유로 대법관들에게 망신주기 보복을 가하는 것은 엽기적인 인격살인”이라고 공세를 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