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4일 초유의 현직 대법원장 대상 청문회를 강행했으나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해 증인으로 채택된 대법관 전원이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불출석을 질타하며 조 대법원장의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 겁박용 청문회”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전체회의에서 “조 대법원장 등 사법부 16명 전원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헌법과 법률을 들먹이며 청문회에 불출석을 말하는 것 자체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유서 내용도 문제지만 형식도 너무 무성의하고 오만하다”며 “보통 A4용지 2장 안팎을 제출하는데, 대법관들은 짠 듯이 세 줄, 네 줄, 다섯 줄짜리를 복사해서 붙인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청문회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 측이 ‘사법권 남용 및 대선 개입 의혹 규명’을 명분으로 개최를 결정했다. 심리에 참여한 대법관 12명 모두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 등은 사법부 독립을 보장한 헌법 103조, 합의 과정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65조 등을 근거로 불출석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대법관이 청문회에 나간 전례가 없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그 말씀이 맞는다”며 “그렇지만 이 후보 상고심처럼 진행됐던 재판의 전례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희대의 사건이 발생해 희대의 청문회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법원에서도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 목소리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대법원은 내란 수사 대상이어서 오늘이라도 압수수색이 들어갈 수 있다”며 “(국회가 요구한) 자료들을 폐기한다면 증거인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날렸다.
앞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 회의에서 “사법 쿠데타에 대한 사과 및 사퇴라는 국민의 요구에 즉각 응답하기를 바란다”며 “청문회에 불출석하고 국민 요구에 불응하면 국정조사나 특검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반면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는, 이미 전과가 여러 개 있는 이재명 본인이 감옥 안 가려고 사법부를 겁박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대선을 20일 앞두고 사상 초유의 대법원 청문회를 여는 건 민주당식 독재정치의 신호탄”이라며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피고인에게 흠집을 냈다는 이유로 대법관들에게 망신주기 보복을 가하는 것은 엽기적인 인격살인”이라고 공세를 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