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화음을 쌓으며

입력 2025-05-17 03:11

올해부터 교회에서 성가대를 시작했다. 대학생 시절 두어 달에 한 번씩 청년회 성가대를 섰던 게 마지막이었으니 거의 20년 만이다. 지난해 성탄에 청년들과 캐럴을 연습했는데 화음을 쌓는 과정에서 잊었던 재미가 기억났다. 좋아하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성가대에 발을 들였다. 나는 주일에 백여명 남짓 출석하는 작은 교회에 다니고 있다. 당연히 성가대도 단출할 수밖에 없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를 싹 다 모아도 열 명이 안 되는 주일도 있다. 빵빵한 음량을 자랑하는 성가대는 아니지만 모두 진지하게 최선의 소리를 내려고 애쓴다.

우리 성가대원들에게 지휘자님이 잊을 만하면 하시는 말씀이 있다. “화음을 만들려면 다른 파트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해요.” 합창의 핵심은 어울림이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는 내 파트를 익히는 데만 급급해서 다른 파트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집에서 따로 연습한 뒤에야 조금씩 화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다채로운 음색이 조화를 이룬다. 서로의 소리를 듣고 맞추는 과정에서 하나님과 사람 모두에게 아름답게 들리는 음악이 탄생한다. 합창에만 적용되는 원리는 아닐 것 같다.

정혜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