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혼자라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외로워서 혼자인 것이다.” 노르웨이 철학자 라르스 스벤센이 한 말이다. 통찰이 담긴 말처럼 들리지만 ‘외로운’ 사람이 듣는다면 더더욱 절망스러운 말이다. 내가 외로운 이유는 사람들이 함께하질 못하게 만드는 나의 성격적 결함이나 짜증 나게 하는 행동 때문이라는 주장과 다름없다. 스벤슨이 꼽은 성격적 결함은 자기중심성과 공감 능력의 결여,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경향, 자신을 피해자로 규정하려는 성향 등이다. 이런 사람들이 외로울 수는 있지만 외로운 것은 오로지 나 때문인가. ‘외로움’과 ‘관계’의 의미를 오랫동안 탐구해 온 캐나다 토론토 메트로폴리탄대학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반기를 든다. 그는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외로움의 수많은 원인을 간과한 채 고통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고 비난해선 안 된다”면서 “이는 세계의 열강들이 경제적 불평등을 일으키는 편리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빈곤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외로움의 본질과 원인을 섬세하고 사려 깊게 짚어내는 책은 외로운 사람들에게 위로와 지혜를 건넨다.
타인의 외로움을 마주했을 때 보통은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저자는 “잊고 싶은 인간의 조건, 즉 인간의 본질적인 취약함을 상기하기 때문”이라며 “누군가가 외로움을 드러냈을 때 이상한 기분이 드는 까닭은 ‘감춰진 상태로 있어야’ 하는 것, 혹은 적어도 감춰져 있기를 바라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외로운 사람에게는 “손댈 수 없는 더러움 또는 질병처럼 거리를 두게 하는 기운”(미국의 심리학자 롤로 메이)이 따라다닌다는 주장도 있다. 외로움에 대한 이러한 낙인은 “외로운 사람이 사랑받지 못하거나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외로움은 잘못된 것이고, 심지어 나의 잘못인 것처럼 느끼게 되고, 결과는 수치심으로 이어진다.
진짜 외로움은 무엇인가. 저자는 “외로움이 다른 사람과의 친밀감이나 밀접함이 충족되지 않을 때 이를 갈구하는 욕망”이라고 정의한다. “외로움은 허기와 비슷하다. 허기는 감정이라기보다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갈망이다. 우리는 배고플 때나 외로울 때 삶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무언가를 갈구한다.” 외로움을 친밀함에 대한 욕망으로 정의한다면 외로운 사람은 “거리를 둬야 하는” 존재가 아닌, “밀접하게 연결해야 하는” 존재가 된다. 이때 외로움은 수치심과 연결되지 않는 무언가로 바뀔 수 있다. 저자는 외로움을 사랑이 결핍된 상태로 본다. ‘사랑’은 인간들의 상호작용 전반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저자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사람도 무언가의 일부가 되지 못해 외로움에 시달린다”면서 “이 경우의 외로움도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지만, 여기서 욕망하는 것은 보다 넓은 개념의 함께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외로움을 개인적인 고통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외로움을 양산하는 사회적 요인도 함께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다양한 사회적인 요인이 ‘함께하는 삶’에서 우리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외로움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하는 ‘디지털화된 자본주의’다. 저자는 “우리 삶의 모든 측면이 경제적 가치 평가의 대상이 되면서 공적 활동은 쇼핑으로, 공적 공간은 시장으로 축소됐다”면서 “여기에는 새로운 형태의 힘이 수반되고, 이는 새로운 형태의 고립과 두려움을 양산한다”고 진단한다. 편견에 기반한 사회 규범들도 우리를 고립으로 이끈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커플의 독재’도 한 가지 사례다. 커플이나 부부 관계를 과도하게 이상화하는 경향 속에서 싱글인 사람들은 보살핌과 교류 상대에서 배제되면서 외로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책은 객관적인 척 이론을 나열하고 ‘거짓 위로’를 제시하지 않는다. 저자가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겪었던 외로움의 고백이 깊은 사유 속에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캐나다의 폐쇄적인 종교공동체에서 태어나 20세 때 ‘탈출’한 저자는 강렬한 연애를 경험했지만 결혼에 실패하고 아들을 혼자 키우는 싱글 맘이다.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에서는 실제 외로움에 허덕였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외로움의 핵심을 이렇게 말한다. “내가 외로웠던 것은 다른 이들과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세계가 없었고 나의 존재가 중요한 공적 세계, 내 목소리가 중시되는 공적 세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외로움의 본질, 우리를 외롭게 만드는 요인을 차근차근 들여다본 저자는 ‘우리에겐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일상 속 경험을 토대로 외로움을 넘어설 가능성을 탐색한다. 마지막은 ‘목격되는 삶’이다. 저자는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극적인 사건들과 소소한 사건들을 모두 지켜봐 줄 목격자가 필요하다”면서 “이는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것, 오랜 시간 동안 삶이 펼쳐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목격’은 “그저 보이는 것을 보는 목격이 아니라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목격”이다. 저자는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온전히 존재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 세·줄·평 ★ ★ ★
·외로움은 허기와도 비슷하다
·외로운 것은 내 탓만이 아니다
·외로움에 대한 깊은 사유로 초대한다
·외로움은 허기와도 비슷하다
·외로운 것은 내 탓만이 아니다
·외로움에 대한 깊은 사유로 초대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