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신규 영업 정지… 보험계약, 가교사로 먼저 이전된다

입력 2025-05-15 00:11
연합뉴스

부실금융기관으로 수차례 매각이 불발됐던 MG손해보험이 결국 정리 수순을 밟는다. MG손보의 신규 영업은 정지되고, 기존에 갖고 있던 계약은 조건 변경 없이 임시로 세워지는 ‘가교 보험사’를 거쳐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로 이전된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정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MG손보 처리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긴급 브리핑에서 “MG손보의 자체적인 경영 정상화나 매각·합병 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 보험계약자 보호 및 금융시장 안정, 보험 산업의 신뢰 유지를 위해 가교보험사를 통한 계약이전 방식이 불가피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2022년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뒤 4차례 매각을 진행했으나 인수 대상을 찾지 못했다. 이후 청·파산 등도 검토했으나 실질적 대안이 되긴 어렵다고 봤다.

이번 의결에 따라 MG손보는 15일부터 6개월간 신규 보험계약 체결과 기존보험 계약의 내용 변경 등의 영업이 정지된다. 다만 보험료 수령 및 지급 등 기존 보험계약 유지와 관리를 위한 업무는 종전과 같이 수행된다. 기존 MG손보 계약자들의 지위도 변함없이 유지된다.

MG손보가 보유한 보험계약은 지난 3월 말 기준 약 151만건이다. 이 중 90% 정도가 질병, 상해보험 등 조건이 복잡한 장기보험이다. 보험 계약자는 개인이 약 121만명, 법인이 약 1만개사다.

금융 당국은 이들 보험계약 전부를 조건 변경 없이 100% 5개 손보사로 이전할 계획이다. 다만 계약이전을 위한 준비에 일정 시간이 필요한 만큼 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예보)가 가교보험사를 설립해 먼저 보험계약을 넘겨받아 관리하기로 했다. 가교보험사는 예보와 5개 손보사가 공동경영협의회를 구성해 경영해 나갈 방침이다.


권 사무처장은 “5대 손보사에 보험계약을 이전하기 위해선 전산시스템 구축 등 1년 이상의 물리적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올 2~3분기 내 가교보험사 설립 및 보험계약 이전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5대 손보사로 이전까지 유지·관리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이전 및 전산 설비 구축 등에 드는 비용은 국고 등 공적 자금이 아닌 보험사들이 계약자 보호를 위해 이미 적립해 놓은 예금자보호기금을 통해 충당한다. 적립된 기금 중 계약이전에 사용할 수 있는 항목 규모는 1조8000억원 수준으로, 실제 투입 규모는 MG손보 실사 과정 등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청·파산이나 감액이전 가능성을 우려해온 계약자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MG손보 상품 가입자인 박모씨는 “불안했는데 어느 정도 안심이 된다. 다행이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에 직면한 MG손보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가교보험사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만 MG손보 임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직원 521명 중 10%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조는 전날 정부서울청사 앞 기자회견에서 “보험회사에 신계약 체결 영업을 정지시키는 건 보험회사에 사형선고와 동시에 사형집행을 하는 것”이라며 “가교보험사를 설립한다면 총파업을 통해 금융위에 책임을 묻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