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잇단 동맹 경시, 韓 경제 가치 제대로 인식시켜야

입력 2025-05-15 01:10

잠잠하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경시 언행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중동 지역 현안 문제에서 핵심 동맹인 이스라엘이, 미·중 관세 협상 와중에 인공지능(AI) 공급망 및 대중국 견제의 주축인 대만이 트럼프의 외면을 받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우선주의 하에선 동맹 문제도 선택 사항일 뿐이라는 트럼프식 사고가 재확인됨에 따라 우리도 이에 대한 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중동 순방에서 이스라엘을 제외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상의 없이 테러 집단 하마스, 후티 반군과의 협상을 통해 미국인 인질 석방, 공습 중단 등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최대 안보 위협인 이란의 우라늄 농축 문제에 대해서도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선회한 듯한 모습마저 보여 이스라엘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만 안보와 관련한 돌출 발언도 논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과의 관세 유예 결과를 설명하면서 “(중국과 대만 간) 통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을 개방하는 대가로 대만을 내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의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의 동맹 패싱에는 어김없이 경제 논리가 자리잡고 있다. 후티 공습 중단, 이란과의 협상은 중동 안보 비용 절감 때문이다. 미국의 대만 방어에 “답하지 않겠다”던 그는 대만 반도체 업체 TSMC가 미국에 100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하자 철저한 보호를 다짐했다. 그러다 중국과의 원만한 관세 협상에 이르자 다시 태세 전환하는 모양새다. 트럼프식 거래에선 한국도 예외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수시로 북한 김정은과의 브로맨스를 강조하고 주한미군 방위비에 불만을 토로한 그다. 혈맹인 대한민국 경제가 얼마나 미국에 유익한 지를 각인시켜 주는 게 한반도 안보 강화를 위해서도 긴요함을 알 수 있다. 새정부가 임할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안보 동맹의 가치를 인식시켜야 하는 과제가 하나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