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단 여부에 대해 국회에 “담당 재판부가 판단할 몫”이라고 공식 답변했다. 대통령의 형사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 해석·적용과 관련해 대통령 임기 중에도 개별 재판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심리가 계속 진행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질의 회신에서 “대선에 당선된 형사 피고인에 대해 헌법 제84조를 적용해야 할지 여부는 해당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담당 재판부에서 판단할 사항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돼 있다. 민주당은 ‘소추’의 개념에 기소와 재판이 모두 포함되므로 대통령이 된 피고인 재판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대법원의 권한에 속하지 않은 사건에 관해 사전에 의견을 표시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내용도 담았다. 하급심의 재판 중단 여부에 대해 선제적인 ‘교통정리’에 나서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과 위증교사 항소심, 대장동·백현동·성남FC 의혹 1심 재판 등은 모두 6·3 대선 이후로 공판기일이 연기된 상태다.
대법원이 대선 뒤 재판 속행 여부를 개별 재판부의 재량에 맡기면서 현직 대통령이 형사재판 결과를 기다리게 되는 헌정사 초유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이 후보 사건을 심리 중인 5개 재판부 가운데 1곳이라도 재판을 진행할 경우 대법원이 헌법 84조 적용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될 전망이다. 그 이전 헌법재판소가 헌법적 해석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프레임으로 선거전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대한민국 전체 리스크로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야당 대표일 때와는 비교 불가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의 재판을 정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