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미용을 도수치료로 청구”… 줄줄 새는 ‘실손’

입력 2025-05-14 18:54 수정 2025-05-15 00:05
국민일보DB

실손보험 탓에 연간 최소 12조9400억원의 추가 의료비가 유발되고,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최소 3조8300억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환자가 실제와 다른 병명으로 실손보험을 청구한 사례는 최근 5년간 5183만건으로, 10조6000억원이 지급됐다. 코 성형이 비염 치료로 둔갑하는 식의 허위 청구 의심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1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건강·실손·자동차보험 등 보험 서비스 이용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2018~2022년 건강·실손·자동차보험 등의 청구·지급 전수자료 약 10억건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가입하지 않은 사람보다 병의원을 2.33~7.7일 더 많이 갔다. 이 때문에 의료비용 12조9400억~23조2800억원이 추가 발생했다. 이 중 3조8300억~10조9200억원은 건강보험이 부담했다. 감사원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비가입자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건강보험 재정에서 추가 지출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주로 이용한 의료 서비스는 물리치료, 백내장 수술, 발달지연 치료, 갑상샘 절제술, 자궁·유방 수술 등이었다.


실손보험은 청구했으나 건강보험은 청구하지 않은 보험 사기 의심 사례도 여러 건 들통났다. 코 성형을 한 뒤 비염 치료를 한 것처럼 속이거나, 피부미용 시술을 받고도 도수 치료를 받았다며 실손보험을 청구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나왔다.

병의원과 환자가 각각 신고한 상병 코드가 일치하는 경우는 53.5%에 불과했다. 환자가 실제와 다른 병명으로 보험금을 타낸 것이다. A씨의 경우 실손보험에 가입하면서 고혈압 병력을 숨긴 뒤 관련 치료를 받고도 상병 코드 ‘결장의 플립’(K63)으로 실손보험금을 받았다. 병원은 건보공단에 ‘고혈압’(I10)으로 급여 진료비를 청구했다. 이런 식으로 지급된 보험금은 10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중 지급도 문제로 지목됐다. 의료비 본인 부담금을 연간 상한 이상으로 지불한 뒤 그 차액을 건강보험에서 돌려받은 가입자가 실손보험금까지 이중으로 받아 챙겼다는 얘기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실손보험금 약 8580억원이 이중 지급됐고, 같은 기간 이중 수급자는 17만9000명에서 27만명으로 증가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번 감사 결과를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청구심사 기능을 연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활용하라고 관계기관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