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SK MRO 동맹… HD현대도 적극 수주로 선회

입력 2025-05-15 00:51
어성철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장(사장, 앞줄 왼쪽에서 여섯번째) 등 관계자들이 14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함정 MRO 클러스터 협의체 출범식을 갖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한화와 SK가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한화오션이 추진하는 거제 지역 MRO 클러스터에 SK오션플랜트가 참여하는 식이다. 그간 MRO 시장 진출을 미뤄왔던 HD현대도 약 20조원 규모에 달하는 미 MRO 시장을 겨냥해 적극 수주 모드로 선회했다. MRO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미 해군의 신뢰를 얻어야 향후 미 함정 건조 사업 수주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화오션은 14일 경남 거제사업장에서 ‘함정 MRO 클러스터 협의체’ 착수 회의를 열었다. 한화오션이 주재한 회의에는 부산·경남 지역의 조선소, 정비·설비 전문업체 등 15개 회사가 참석했다. 한화오션과 이들 15개사는 이날 MRO 산업 기반 구축 및 지역 동반성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오션플랜트도 이 협의체에 전략적 파트너사로 참여한다. 전략적 파트너사들은 한화오션의 MRO 계약 체결 단계부터 사업 내용을 공유받으며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조율할 예정이다. 한화오션이 모터, 엔진 등 고난도 정비를 수행하고 지역 중소 업체들이 따개비 제거, 도색, 부품 교체 등 단순 작업을 맡는 방식이다.

한화오션은 이달 중 수리를 마칠 예정인 미 해군 함정 ‘유콘함’ MRO 과정에서 이미 지역 생태계를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화오션은 거제 지역 중형 조선소 부지를 빌려 유콘함의 사전 수리 작업을 진행했다. 조선소 내 공정 최적화와 지역 상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시도였다. 거제 지역 조선 생태계의 협업 과정을 지켜본 미국 측은 “한국의 중·소형 조선소 MRO 역량조차 미국보다 낫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대식 한화오션 특수선MRO사업담당 상무는 “함정 MRO 클러스터를 인도·태평양 지역 최고의 MRO 허브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북미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 해군 MRO 시장 진출에 유보적이던 HD현대 조선 부문도 올해 들어서는 관련 입찰에 팔을 걷어붙였다. HD현대는 밀려드는 선박 주문으로 작업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국 MRO 시장 진출을 미뤘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신조 함정이나 신조선 공사를 할 독을 빼서 MRO를 하는 것은 비용 대비 사업성이 상당히 낮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지난해 낮은 수익성을 인지하고도 미 MRO 입찰에 참여했고 2건의 수주를 따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국내 조선소에서 독이 부족하면 당시 추진하고 있던 필리조선소 인수를 완료한 후 그곳에서 창정비를 하겠다는 계획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진행된 미 7함대 소속 군수지원함 1척에 대한 MRO 입찰에 처음으로 참여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MRO 사업은 특수선 신조 진출을 위한 마중물 성격이 있다”며 “‘맡겨봤더니 잘하더라’는 신뢰를 쌓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와 한화는 올해 각각 2~3척, 5~6척의 미 해군 MRO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