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이들과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음지에서 살고 죽는다.”
미 중앙정보국(CIA) 내 비밀조직인 임파서블 미션 포스(IMF) 요원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말한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사상 초유의 무기로 인해 전 세계 국가와 조직의 기능이 마비됐다.
인류를 위기에 빠트릴 인공지능(AI) ‘엔티티’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이번 작전의 목표다. 침몰한 러시아 잠수함 세바스토폴호 안에 ‘엔티티’의 소스 코드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헌트는 동료들과 함께 또 한 번 불가능한 임무에 도전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8번째 작품인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미션 임파서블 8)이 17일 베일을 벗는다. 이번 편은 2023년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에 이어지는 이야기다. 헌트는 그간 동료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며 그들과 함께 지키고자 했던 가치를 위해 몸을 던진다.
이번 편엔 1996년부터 이어져 온 시리즈의 30년 서사와 액션이 응축돼 있다. 헌트는 자기 자신과 소중한 이들의 목숨을 위협받으면서까지 완수해 왔던 임무와 그 의미를 기억하며 다시금 의지를 다진다. ‘요원 헌트’의 삶은 결국 자신의 수많은 선택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며, 매 순간 모두에게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몸부림쳐 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액션의 스케일은 시리즈 1~7편을 능가한다. 크루즈는 그간 자동차 추격전, 와이어 액션, 암벽 등반, 패러글라이딩, 헬리콥터 비행 등 영화 제목에 부합하는 위험천만한 스턴트 연기를 대역 없이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극장에 갈 이유’를 만들어줬다. 달리는 기차 위에서 격투를 벌이고, 비행 중인 헬기에 매달리고, 바이크를 탄 채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런던 도심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북극의 설원 등 광활한 자연을 무대 삼은 고난도 액션은 스릴과 쾌감을 선사한다. 크루즈는 2400m 상공에서 비행기에 매달려 맨몸으로 비행기를 환승하고, 북극해에 거침없이 입수하고, 해저로 굴러떨어지는 잠수함 안에서 분투하며 이 시리즈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산전수전공중전’을 펼친다.
최근 영화 홍보차 내한한 크루즈는 “도전의 부담을 즐기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배운 걸 다음 작품에 적용하며 꾸준히 완성도를 높여왔다”며 “공중·수중 액션 모두 예상보다 어려웠지만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흥분되는 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시도해 보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을 찾는 편이다. 날아가는 비행기에선 시속 225㎞의 바람에 맞서 얼굴을 내미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에 날개로 발을 내디뎌 일어서기 위해 바람의 움직임까지 계산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수중 촬영이 가장 공포스러웠다. 미지의 영역이라는 점이 무서웠다”며 “톰은 물속에서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잠수복의 중량을 짊어진 채 연기했다. 산소마스크를 벗을 때마다 응급 요원들이 그의 상태를 점검했다”고 돌이켰다.
당초 ‘미션 임파서블 8’은 시리즈의 최종편으로 알려졌지만 크루즈는 ‘마지막’을 언급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트라팔가 광장을 배경으로 한 마지막 장면이 여운과 기대를 남긴다. 러닝타임 169분. 15세 이상 관람가.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