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다음세대 신앙 전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예배당에는 앉아 있지만 하나님과 인격적 관계가 없는 아이들이 조용히 교회를 떠나고 있다.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모으는 게 아닌 말씀과 기도, 가정과의 연계로 자녀의 신앙을 세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회 떠나는 아이들
“엄마, 나 그냥 교회에 얌전히 앉아 있었어.”
50대 초반의 윤정희(가명) 권사는 2년 전 중학생 딸에게 교회에 가지 않는 이유를 묻자 이 같은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윤 권사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마치 방망이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윤 권사의 딸은 사춘기 전까지만 해도 외형적으로는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했기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윤 권사는 “하나님과 인격적인 교제가 없었던 딸은 결국 신앙생활에서 이탈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울면서 기도하며 기다리는 것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에서 24년째 교회학교 교사로 봉사 중인 추다니엘(59)씨는 “요즘 학생들이 신앙보다는 세상의 즐거움이나 학업, 대학 진학 문제에 관심이 크다”고 했다. 추씨는 “많은 학생이 학원 수업과 예배 시간이 겹치면 학원을 선택한다”며 “게다가 학부모들이 ‘대학 입학 후 신앙생활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심각한 지점”이라고 전했다.
기독교 서점을 운영하는 김지영(가명·64)씨는 최근 교회학교 교재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회학교가 축소되고 다음세대가 줄어들면서 공과 교재 판매량이 이전과 비교해 30~40% 가까이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계약을 해왔던 A교회는 올해부터 교회학교 학생들의 교재를 구매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며 “300여명 규모의 교회학교임에도 학생 참여율이 낮고 예산이 줄어 어쩔 수 없다고 해서 씁쓸했다”고 말했다.
교회학교 10년 새 급감
다음세대 신앙 교육의 위기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의 ‘기독 청소년 신앙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교회학교 학생 감소 비율은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것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그래픽 참조).
이러한 다음세대 위기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가정에서의 신앙 교육 부재가 꼽힌다. 목데연 보고서에 따르면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기독 청소년의 55%가 부모와 신앙적 대화를 ‘한다’고 응답했지만 ‘자주 한다’의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자주 한다’의 응답자인 12%만이 실제로 부모와 의미 있는 신앙적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가정사역단체 한국IFCJ가정의힘이 발표한 ‘가정 신앙 및 자녀 신앙 교육에 관한 조사’에서 자녀가 성장 후 가질 신앙 계승 정도에 대해 부모의 27%가 ‘신앙생활을 거의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응답했다. 또한 ‘부모보다 더 신앙생활을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가정과 함께하는 신앙 교육
30년 가까이 어린이 부흥회인 ‘어린이 은혜 캠프’ 사역을 진행하는 다음세대부흥본부장 박연훈 목사는 “팬데믹 이후 대형교회를 제외한 중·소형교회의 교회학교 출석률은 사실상 50% 이하로 떨어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박 목사는 “그동안 아이들을 모으기 위해 프로그램을 돌린 게 거품 현상이었던 것”이라며 “무엇보다 다음세대가 사춘기 전에 하나님을 고백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세대의 신앙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사춘기 이전 입시 공부가 시작되기 전에 신앙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자는 취지다.
사사기 2장에서 출애굽 사건을 전해 들은 여호수아 이후 세대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다른 세대’가 된 비극을 반복하지 않도록 한국교회는 신앙 교육의 본질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다음세대의 신앙 전수는 결국 부모의 신앙이 자녀에게 그대로 전해질 때 가능할 것”이라며 부모의 역할을 역설했다.
김아영 임보혁 박윤서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