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의 도움으로 개척한 교회가 또 다른 교회를 도우며 ‘거룩한 선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 진접의 한 상가 5층. ‘맛있는교회’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띄었다. 김성락(42) 목사가 담임인 이 교회를 13일 찾았다. 김 목사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하얀색 문 앞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한 귀퉁이가 부서진 문에는 ‘문이 부서지기까지 온몸으로 교회를 세운 성도들 헌신의 흔적’이란 글이 적혀 있었다.
“교회 천장 페인트칠을 도와주시던 집사님 한 분이 사다리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면서 문의 일부가 깨졌죠. 이후 이 흔적은 공동체의 헌신을 상징하게 됐어요.”
김 목사는 교회가 수많은 목회자와 성도의 헌신으로 세워졌음을 기억하기 위해 문을 부서진 채 둔다고 했다. 맛있는교회는 맛집처럼 줄을 서서 예배를 기다리는 교회가 되자는 뜻이 담겼다.
맛있는교회는 개척 3년 만에 성도 100명 규모로 성장했다. 설립 초기에는 절박함과 기적을 반복해 경험했다. 김 목사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가 얼어붙었던 시기에 교회 개척을 결심했다. 당연히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주님, 교회 공간을 찾지 못하면 개척을 그만두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김 목사는 매일 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기도했다. 그러던 중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았는데 보증금의 5%밖에 없어 계약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런데 건물주가 계약금 100만원만 받고 교회 개척을 허락했다.
교회 내장 공사 중에도 기적과 같은 만남이 이어졌다. 김 목사의 개척 소식이 알려지자 이름만 알고 있던 선배 목회자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선배들은 “내가 개척할 때도 누군가 이렇게 도와줬었다”며 자신들이 받았던 사랑을 김 목사에게도 전했다. 이들은 두 달여간 주일 사역을 마치면 이곳 공사현장으로 와서 땀을 흘렸다. 11년 전 청소년부 담당 교역자로 사역할 당시 만났던 학생들이 청년이 된 뒤 건축에 참여하기도 했다. 개척 전 사역했던 다른 교회 성도들도 힘을 보탰다.
김 목사는 ‘도움받은 만큼 또 다른 교회를 돕겠다’는 다짐을 했다. 김 목사는 시간이 날 때마다 도움이 필요한 다른 교회를 찾아다니며 건축 봉사를 하고 있다. 맛있는교회가 세워진 이후 이 봉사에 뜻이 있는 목회자 6명을 중심으로 ‘렛츠드림’이란 팀이 결성됐다. 김 목사와 팀이 도움을 준 교회는 벌써 7곳이 넘는다. 김 목사는 “개척 과정에서 내가 받은 사랑이 너무 커 개척교회나 재정,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교회에 내 수고를 흘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맛있는교회는 나눔 공동체다. 김 목사는 교회에 탁구대, 보드게임,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비치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개방했다.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아이들이 50명을 웃돈다.
맛있는교회는 개척 예배를 드린 날부터 지금까지 매주 새신자가 등록하고 있다. 김 목사는 “교회 공동체마다 각각 그 역할이 다르다”며 “우리 교회는 받은 사랑을 다시 흘려보내는 게 사명”이라고 전했다.
남양주=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