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는 전투 현장이나 첩보 상황에서 명령권자의 취소가 없는 한 끝까지 수행해야 하는 지시사항이다. 이 개념은 2010년대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크게 논란이 됐다. 당시 중앙정보국(CIA)은 알카에다 조직원들을 대상으로 드론을 활용한 표적 암살 작전을 펼쳤다. 미국 국적의 예멘계 성직자 안와르 알 아울라키까지도 예외가 아니었고 당시 법원 판단 없이 사살된 데 대해 헌법적 권리 침해라는 비판이 거셌다. 국가정보원은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에 대해 2011년 김 위원장이 내린 ‘스탠딩 오더’의 결과로 파악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그 말이 한국 대통령 선거 한복판에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암살 명령이 북파공작원(HID) 출신 요원들에게 12·3 계엄령 선포 이후 내려진 스탠딩 오더로 남아 있다는 제보가 있다는 것이다. 경호팀 내부에 첩자가 있다는 주장부터 러시아제 소총 반입설까지 흘러나온다. 이 때문인지 이 후보는 방검복을 착용하고 악수를 대신해 ‘주먹 인사(피스트 펌프)’를 한다고 한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위협이 존재하는가, 아니면 트라우마와 피해망상의 기묘한 결합인가.
이 후보는 지난해 1월 부산에서 당한 흉기 테러로 충격이 깊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벌어진 강박적 경계와 의심의 연쇄 반응은 오히려 “신뢰받지 못하는 지도자”라는 그림자를 드리운다. 오죽하면 경호팀 안에조차 첩자가 있을 거란 의심까지 하겠는가.
물론 중요한 선거 와중에 정치인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주먹 인사 제스처로 유권자와의 거리까지 벽처럼 만드는 태도는 리더십의 본질을 흔든다. 테러가 일어나서도 안 되지만 근거 없는 의혹 남발에 앞서 그동안 켜켜이 쌓아 온 불신의 더께를 스스로 제거하지 못한 책임부터 반성할 일이다. 공포가 아니라 신뢰 위에 세워지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치러지는 선거가 지켜야 할 필요조건이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