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중심이자 많은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전주는 한옥마을 등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전주엔 숨겨진 명소가 널려 있다. 요즘 핫하게 떠오르는 야경 명소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5월의 저녁에 산책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먼저 덕진구 혁신동과 만성동에 걸쳐 있는 전주 기지제(機池堤) 수변공원이다. 기지제는 1934년에 만들어진 저수지로, 베틀처럼 생긴 연못 같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수변 전망대, 체력 단련 시설 및 휴게 시설이 설치돼 있다. 생태 공원의 습지에는 갈대, 억새 숲이 무성하고 아름다운 틀못다리와 정자 만성루도 조성돼 있다.
기지제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를 걸으며 호수와 습지에서 살아가는 여러 생물을 만난다. 연꽃과 억새, 갈대, 노을과 같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심 속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공원 내 약 460m 구간에 가우라베이비, 니포피아, 억새, 백합 등 개화기가 각기 다른 5종의 화초류 7544본이 식재돼 있어 사계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산책로는 널찍해 걷기에 좋다. 특히 진입로는 턱 없는 무장애길이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한 바퀴 도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성인 걸음으로 약 1시간.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그늘막 벤치도 있고 액자 모양의 포토존도 있어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밤에는 물에 반영돼 비친 아파트의 불빛과 고요한 호수의 모습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이룬다. 특히 S라인 산책로의 모습이 환상적이다.
다음은 전주 시내 중심에 자리한 덕진공원. 전주 시민에게는 추억을 되새기는 ‘마음의 정원’이다. 연인들의 첫 데이트, 아이들의 소풍, 어르신들의 아침 산책 등 세대별 기억이 고스란히 쌓여 있다.
아치형 다리인 연화교를 중심으로 동쪽에는 연이 가득하고, 서쪽에는 미디어 아트와 음악 분수가 진행되는 장치와 보트 선착장이 있는 너른 덕진호가 있다. 음악분수는 야경과 어우러져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호수 중앙에는 ‘연화정 도서관’이 섬처럼 자리하고 있어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도서관은 호수의 운치와 어우러진 낮의 모습도 좋지만 밤에도 아름답다. 한옥 특유의 멋을 살리는 조명이 항상 켜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프로젝션 매핑 쇼를 볼 수 있다.
전주의 신흥 부촌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곳이 송천동 등에 걸쳐 있는 에코시티다. 이곳에 자연 친화적인 백석공원이 있다. 숲을 그대로 살려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한 바퀴 둘러보는데 1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쉴 공간이 많아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특히 카멜리아 가든은 계절마다 다른 꽃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변산책로가 끝나는 넓은 광장에서는 멋진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인근 세병공원도 빼놓을 수 없다. 전체적으로 크지는 않지만 아담하면서 따뜻한 느낌을 준다. 산책로 주변 은은한 빛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아파트의 빛 덕분에 밤 나들이하기에 좋다. 아파트 불빛과 세병호의 조화가 아름답다.
덕진구 인후동에 아중호수공원이 있다. 1952년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축조된 총 저수량 138만8000㎡ 규모의 큰 저수지로 원래 아중저수지라 불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의 역할이 퇴색되면서 기능을 잃었다가 2018년 시민들의 쾌적한 삶터로 복원돼 지금의 공원이 됐다.
호수를 에두르는 순환산책로뿐 아니라 공연 및 전시가 가능한 수상광장 2곳과 수상파크도 갖추고 있어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기 안성맞춤이다.
아중호수의 매력은 해가 지면 배가 된다. 호수에 비친 산책로 조명이 깊어가는 밤의 느낌과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치 좌우로 촛불이 줄지어 켜져 있는 것 같다.
바로 옆 기린봉(271m)도 일몰과 야경으로 이름나 있다. 기린봉은 남노송동, 교동, 남고동, 인후3동 등에 걸쳐 있다. 사신 중 두 번째 신 ‘우백호(기린)’에 해당하는 산이다. 기린이 여의주 즉 달을 토해내는 듯한 풍광을 가졌다 하여 기린토월(麒麟吐月)이라고도 불렸다.
기린봉에 오르는 길은 여럿 있다. 그 가운데 아중호수와 아중체련공원 쪽에서 가는 게 대표적이다. 중간마다 휴식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아중호수 쪽에서 정상까지 1㎞ 남짓. 쉬엄쉬엄 가더라도 1시간 30분이면 왕복이 가능하다. 산 정상에 오르면 전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멀리 완주의 경각산·모악산도 시야에 잡힌다.
여행메모
연화정 도서관 오전 10시~오후 5시 무료 개방… 전주 비빔밥·콩나물국밥 먹거리
연화정 도서관 오전 10시~오후 5시 무료 개방… 전주 비빔밥·콩나물국밥 먹거리
기지제 수변공원 공원은 입장료 없이 연중무휴로 이용할 수 있다. 인근에 유료주차장이 있으나 호수 바로 앞 카페나 식당 등을 이용하면 무료주차가 가능하다. 산책로에서는 자전거 및 킥보드를 끌고 가야 한다.
덕진공원 연화정 도서관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개방한다. 연화교와 도서관 일대는 낮과 밤의 풍경이 다르니 오후에 가서 밤까지 즐기는 것이 좋다. 무료주차장과 화장실도 갖추고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중호수공원 인근 폐역된 아중역에서 전주한옥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다. 아중역에서 약 1.6㎞ 구간을 시속 15~20㎞로 오간다. 왕복 약 30분이 소요되며 터널 2개를 지나 반환점에서 회차해 돌아오는 코스다.
아중지구는 음식 천국이라고 할 만큼 구석구석 맛집이 포진해 있다. 아중저수지 주변만 하더라도 매운탕, 닭요리, 횟집, 고깃집, 분식집 등이 즐비하다.
전주비빔밥과 콩나물국밥도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전주비빔밥은 고소한 참기름과 신선한 나물, 육회가 어우러져 깊은 맛을 자랑한다. 콩나물국밥은 밥을 말아주고 수란을 곁들여 먹는 것이 특징이다. 남부시장 야시장에서 다양한 지역 먹거리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전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