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를 찾아 “대통령은 나라 살림 잘하면 된다.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떻냐”고 말했다. 이어 “유치하게 편 가르기, 졸렬하게 보복하기 이런 거 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박정희 마케팅’을 통한 과감한 동진(東進) 전략에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구미역 앞에서 “젊은 시절엔 (박 전 대통령이) 독재하고 군인 동원해서, 심지어 사법기관 동원해서 사법 살인하고, 장기 집권하고 민주주의 말살하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 나라의 산업화를 끌어낸 공도 있는 것 아니냐”며 “제가 지금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 유능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직한 일꾼을 뽑으면 세상이 개벽할 정도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을 설명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추진한 도로 건설 정책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여러 정책 중 훌륭한 것을 하나 베끼기로 했다”며 “농촌이 살길이 생기고, 일자리가 생기고, 풍력·태양광 산업이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영을 탈피한 통합’ 강조 기조는 이후 대구·포항·울산에서 진행된 이날 선거운동 내내 이어졌다. 조승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갈등을 넘는 국민 통합 정신만이 대한민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낙동강의 기적’이라는 기회로 바꿔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영남 유권자들에게 특히 맹목적 보수당 지지에서 벗어날 것도 호소했다. 그는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 “‘파란색이니까’ ‘빨간색이니까’ 무조건 찍어주면 (국민을) 대상으로 보지, 주인으로 높이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남은 민주당의 본거지지만 저는 호남을 진짜 두려워한다. 민주당이 민주당답지 못하면 싹 버림받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후 페이스북에 “대구·경북 시민들의 열기에서 새로운 희망을 봤다”며 “빨간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곳은 이제 더 이상 어디에도 없다”는 내용의 유세 후기를 올렸다.
민주당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견제도 이어갔다. 앞서 김 후보의 일명 ‘망언집’을 내놨던 민주당 선대위 신속대응단은 이날 ‘내란비호집’을 추가로 공개했다. 여기엔 “제일 좋은 건 대통령의 복귀” “헌법재판관 8명이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는 게 민주주의냐”는 등의 과거 김 후보 발언이 담겼다.
송경모 기자, 구미·대구=송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