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 폐기물’ 괭생이모자반, 비누·샴푸로 화려한 변신

입력 2025-05-14 01:21

매년 봄·가을철마다 제주 해안을 뒤덮는 골칫거리 해조류가 미용 제품으로 변신한다.

제주도는 해양 폐기물로 처리되던 괭생이모자반(사진)과 구멍갈파래를 화장품 원료로 활용하는 시범생산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달 중 도청 홈페이지를 통해 ‘비식용 해조류 활용 향장품 시범생산 지원사업’ 참여 기업을 모집하고, 오는 12월까지 제품 개발과 시범생산을 추진한다.

이후 시제품 상품 경쟁력을 평가해 홍보, 판매 등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해양수산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과 연계해 기업 멘토링 등 간접 지원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서 도는 업체당 10t 이내의 생초를 지원한다. 건조, 가공, 원료 추출 및 시제품 생산은 업체가 맡는다.

괭생이모자반은 동중국해 연안에서 발생해 공해상을 떠다니다 매년 4~5월 제주 해안으로 유입된다.

괭생이모자반이 밀려들면 해변은 검붉게 뒤덮이고, 역한 비린내가 진동한다. 수거 작업을 진행하지만, 사용처가 마땅치 않아 농가에서 퇴비로 활용하기 위해 무상으로 가져가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폐기물 업체에 넘겨 처리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3년 외국에서 유입된 괭생이모자반을 유해 해양생물로 지정했다.

구멍갈파래는 도내 해수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만 형태 지역에서 부영양화와 용천수 등의 영향으로 대량 발생한다. 주로 수온이 높은 6~10월 조간대 지역에서 급속히 증식한다.

그러나 이들 해조류에서 건강에 유용한 생리활성 성분이 다수 확인돼 폐기되던 자원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열렸다.

괭생이모자반은 항산화와 보습력에 탁월한 후코이단과 폴리페놀 등 기능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갈파래는 항염증, 항산화 효과와 피부톤 개선 효과가 있는 울반과 폴리페놀류를 포함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는 괭생이모자반을 활용한 샴푸·바디 비누가 일부 시판되고 있는 정도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