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시대’ 멀어지나… 전기차에 인프라·경제성 밀리며 고전

입력 2025-05-14 00:51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1분기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이 급감했다. 일시적 수요 감소가 아니라 자동차 생태계가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구조적 변화라는 분석이다. 수소차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13일 에너지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월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은 2119대에 그쳤다. 전년 동기(2386대) 대비 11.2% 감소했다. 2022년 2만704대로 고점을 찍은 뒤 2023년 1만6413대, 지난해 1만2866대로 빠르게 줄고 있다.

수소차 판매량이 증가한 국가는 중국과 한국, 2개국뿐이다. 중국은 올해 1분기 수소차가 1197대 팔리며 1년 전(823대)보다 45.4% 증가했다. 한국도 같은 기간 632대에서 727대로 15.0% 늘었다. 현대차의 수소 승용차 넥쏘가 판매를 이끌었다. 전 세계 판매량에서 두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90.8%에 달한다.

나머지 국가는 수소차 산업이 급격히 위축하는 분위기다. 유럽은 1분기 수소차 판매량이 1년 전(434대)보다 무려 91% 감소한 39대에 그쳤다. 미국도 86.1%(223대→31대) 줄었다. 수소 승용차 미라이와 크라운을 생산하는 토요타가 버틴 일본에서도 53.2%(263대→123대)나 고꾸라졌다. 토요타의 글로벌 수소차 시장 점유율도 2023년 36.5%에서 지난해 7.1%로 쪼그라들었다. 토요타가 빠진 자리는 중국 기업(점유율 변화 34.5→56.5%)과 현대차(29.0→36.4%)가 차지했다. 현대차는 최근 넥쏘의 완전변경 모델을 7년 만에 출시하고 한국·북미·유럽 등 판매를 앞두고 있다. 중국은 올해 1월부터 정부 차원에서 수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친환경적이고 더 긴 주행거리를 구현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과 중국 정부는 수소 에너지 확산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선 수소차 시대가 도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SNE리서치는 글로벌 수소차 시장의 침체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봤다. SNE리서치는 “한국과 중국이 수소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인식하며 국가 차원의 지원을 이어가는 것과 달리, 미국과 유럽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탄소 배출 규제를 통해 전기차로의 전환을 명확히 지향한다”며 “이런 기조 속에서 수소차는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고 충전 인프라 부족, 차량 가격, 유지비 등 경제성 문제까지 겹치면서 소비자 선택에서도 멀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