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에 10년 넘게 거주하는 70대 독거노인 A씨는 주소지를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찬 배달, 목욕서비스, 노령수당 등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충남 공주에서 세종시로 출·퇴근하는 30대 직장인 B씨도 같은 이유로 이응패스(세종시 대중교통 복지카드)와 육아지원센터 이용이 불가능하다. B씨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경제활동을 하는 곳인데, 주소지를 두지 않더라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구감소지역에서 주로 생활함에도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 주소지를 등록하지 않은 ‘생활인구’가 각종 복지 및 생활서비스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토연구원은 13일 인구감소지역 89곳 대상으로 지난해 1~6월 기준 행정안전부·통계청의 생활인구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생활인구는 행안부가 2023년 ‘인구감소지역 지원특별법’을 제정하며 새로 도입한 개념이다. 해당 지역에 법적으로 주소지를 등록한 거주 인구뿐만 아니라 대부분 시간을 보내며 일하고 생활하는 사람까지 포괄해 인구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연구 결과 중장기 체류(한 달에 11~31일 해당 지역에 체류) 기준 주민등록 인구 대비 주소지가 해당 지역이 아닌 생활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 동구(0.85)였다. 이는 부산 동구의 주민등록인구를 100명이라고 할 때 그 지역에 주소지를 두지 않은 생활인구가 85명 수준에 이른다는 의미다. 강원 화천(0.76) 강원 고성(0.72) 전남 영암(0.6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국 인구감소지역 89곳에서 주민등록 인구 대비 주소지를 해당 지역에 두지 않은 생활인구 비중 평균은 33%였다.
이처럼 주소지가 해당 지역이 아닌 생활인구 비중이 상당한 수준임에도 지역 공공생활서비스는 주소지를 기준으로 제공된다. 예컨대 근로자가 평일 대부분을 근무지역에서 보내고 근로소득의 10%를 지방소득세로 납부해도 해당 지역에 주소지를 두고 있지 않으면 공공생활서비스에 제약이 따른다. 귀농·귀촌인도 해당 지자체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제공하는 농업창업 지원금, 주택구입 등 정착지원사업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지역 공공생활서비스 유연성 확대는 주민등록인구와의 형평성 저해 및 이중수혜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국토연 보고서는 개별 지자체가 시범사업을 거치는 등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우성 국토연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조례를 통해 ‘명예시민증’을 발급하고, 이를 통해 차등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