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라이칭더 “탈중국 공급망 만들겠다”

입력 2025-05-13 18:49 수정 2025-05-13 18:55
AFP연합뉴스

라이칭더(사진) 대만 총통이 대만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활용해 민주주의 국가들과 함께 ‘탈중국 공급망’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 소속인 라이 총통은 오는 20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라이 총통은 13일 보도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번영과 발전을 위해 ‘비홍색 공급망’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가리키는 ‘홍색 공급망’과 별도의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닛케이는 “자유무역체제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우호국과 공급망을 강화함으로써 대만의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구상”이라고 풀이했다.

라이 총통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거센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내부에선 여소야대로 발목이 잡힌 가운데 야권과 격심한 대립·갈등을 겪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갈등 고조, 미국의 고율 상호관세 부과라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라이 총통은 닛케이 인터뷰에서도 중국에 날을 세웠다. 그는 “중국은 자유무역체제를 이용한다”며 “정부 보조금을 대량 투입해 부당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에서 상품을 팔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강화하는 것에는 “최악의 사태를 가정해 최선의 준비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해선 강한 신뢰를 보였다. 그는 “미·중 대립이 민주주의 헌정체제를 선택할 것인가, 전제 독재체제로 돌아갈 것인가라는 가치의 선택 문제”라며 “미국이 강대함을 유지하는 것은 대만과 인도·태평양 지역, 세계에 유익하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에 32%의 상호관세를 책정한 데 대해선 “매우 심각한 도전”이라면서도 “맞서지 않고 협상을 통해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 MC의 미국 현지 생산과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등을 거론하며 “미국과 대만 간 무역 적자를 확실히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 총통은 또 “인도·태평양과 국제사회는 일본의 지도력이 필요하다”며 “대만과 일본이 반도체, 인공지능(AI), 기후변화 등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닛케이는 “일본과의 관계를 미국을 묶어두는 지렛대로 삼으려는 것 같다”고 짚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