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탠퍼드대 HAI ‘자유진영 오픈소스 AI 동맹’… 韓 기업에 러브콜

입력 2025-05-14 00:16

인공지능(AI) 분야 최고 연구기관으로 꼽히는 미국 스탠퍼드대가 HD현대, 두산 등 국내 주요 기업과 협력해 특정 국가와 빅테크 종속에 대항하는 자유 진영 오픈소스 AI 동맹을 추진한다. 국내 기업은 피지컬 AI(물리적 형태가 있는 AI) 협력 등을 통해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제임스 랜데이 스탠퍼드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 소장은 지난달 말 방한해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을 만났다. 랜데이 소장은 정 수석부회장과 김영옥 HD현대 인공지능최고책임자(CAIO)를 만난 자리에서 스탠퍼드대가 추진하고 있는 자유 진영 오픈소스 AI 구축 관련 협력과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HAI는 AI 기술의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과제 등에 관한 연구에서 주목받는 세계적인 연구소다.

랜데이 소장은 정 부회장 외에도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등 재계 인사와 회동하고 삼성리서치 등 주요 그룹 연구기관을 방문해 이런 구상을 전달했다. 국내 주요 IT 기업도 HAI의 계획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스탠퍼드대는 최근 ‘글로벌 AI 컨소시엄’ 설립 향후 7년 동안 전 세계 억만장자와 주요 기업 등에서 9억 달러(약 1조2800억원)를 조달해 오픈소스 AI 동맹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랜데이 소장을 비롯해 세계적인 AI 석학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 교수, 콘돌리자 라이스 스탠퍼드 후버연구소장 등이 준비위원회 멤버로 참여키로 했다.

국내 기업에 대한 HAI의 러브콜에는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우방국인 한국과 싱가포르를 아태 지역 협력 동반자로 삼아 AI 개발 속도를 높이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국내 기업 중에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제조업체들이 피지컬 AI 연구에 강점이 있는 스탠퍼드대와의 협력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지컬 AI는 인간 수준의 의사결정 능력을 지닌 AI가 실제 기계나 로봇과 같은 실물 하드웨어에 적용돼, 다양한 작업환경 속에서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 및 행동까지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로봇·건설기계 등을 주요 사업 부문으로 둔 두산그룹은 스탠퍼드대의 요청에 가장 빠르게 응답했다. 이날 두산은 최근 스탠퍼드대 HAI와 산학 협력 파트너십을 맺고 피지컬 AI 혁신을 담당하는 조직인 ‘PAI(Physical AI) Lab’을 지주 부문에 신설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상대적 약점으로 꼽히는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라며 “국내 기업이 프로젝트 지분을 선점하면 미국과의 협력에서도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