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3R’ MBK측 이사진 늘어날 수도

입력 2025-05-14 00:32
국민일보DB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간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MBK 측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박기덕 대표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면서 잠잠했던 갈등이 재점화된 것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당분간 최 회장 측 우위가 유지될 전망이지만, 향후 집중투표제 적용 시 MBK 측 이사진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MBK는 전날 고려아연이 지난해 11월 보유하고 있던 ㈜한화 주식 543만6380주를 이사회 결의 없이 저가에 처분해 회사와 주주들에게 최소 196억 원의 손해를 입혔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MBK는 “최 회장이 경영권 박탈 위기에서 주요 주주인 한화 계열사의 지지를 얻기 위해 모든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당시 ㈜한화 주식을 한화에너지에 매각해 약 1519억 원을 확보했으며 이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또 “거래는 시가 기준에 따라 법적 절차를 준수해 진행됐고, MBK가 ‘아니면 말고’식의 묻지마 소송과 허위 주장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1명, MBK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1월 임시 주주총회와 3월 정기 주총을 통해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데 성공하면서 최 회장 측이 이사회 과반을 확실히 확보한 상태다. 이로 인해 최소 2~3년 내에는 이사회 주도권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일각에선 양측의 대립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향후 이사 선임 과정에서 MBK 측 이사진 비율이 점차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사진 임기 만료에 따라 신규 이사를 선임하게 될 경우 집중투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선임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소수주주도 연합하면 최소 1명의 이사를 배정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대주주가 지분을 집중해 원하는 만큼 이사를 확보할 수도 있는 제도다.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은 MBK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이 34.35%를 보유 중이다. 지분율이 더 높은 MBK 연합이 향후 이사 선임 과정에서 고려아연 측보다 더 많은 이사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8328억원, 영업이익 2711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이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4%, 영업이익은 46.9% 각각 증가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